정월, 제후 및 장상이 함께 한왕을 높여 황제로 삼기를 청했다. 한왕이 말했다.

"나는 황제란 어진 자만이 받을 수 있는 칭호라고 들었소. 헛된 말과 빈말로 제윌르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나는 감히 황제의 지위를 감당할 수 없소."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했다.

"대왕께서는 가난하고 미천한 평민에서 일어나 포악하게 반역한 자들을 정벌해 천하를 평정하고 공적이 있는 자에게 땅을 나눠 주고 왕후로 봉하셨습니다.

대왕께서 황제의 존호를 받지 않는다면 모두 의심하고 믿지 않을 것입니다.

신등은 목숨을 걸고 [황제가 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을] 고수할 것입니다."

 

한왕은 세 번을 사양하고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빈드시 이익이라고 여기니 나라에 이익이 되겠구려."

 

갑오일, 범수范水 북쪽에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황제가 말했다.

"의제에게 후사가 없는데 제왕 한신이 초나라 풍습에 익숙하므로 옮겨서 초왕으로 봉하니 하비에 도읍하라.

건성후 팽월은 양왕으로 봉하니 정도에 도읍하라.

또한 한왕韓王 신은 그대로 한왕으로 봉하니 양적에 도읍하라.

형산왕 오예를 옮겨서 장사왕長沙王으로 봉하니 임상臨湘에 도읍하라.

파군의 장수 매현은 나를 따라 무관에 진입한 공이 있으니 특별히 파군에 고마움을 표하노라. 회남왕 경포, 연왕 장도, 조왕 장오는 모두 봉호를 바꾸지 말고 전과 같이 두라."

 

천하가 완전히 평정되었다.

고조가 낙양에 도읍하니 제후들이 모두 신하로 귀의했다.

전 임강왕 환驩은 항우를 위해 한나라를 배반한 죄로 노관과 유가를 보내 그를 포위하라고 했으나 함락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나서야 항복하니 그를 낙양에서 죽였다.

 

5월 병사들을 모두 해산해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제후의 자제 중 관중에 있는 자에게는 부역을 열두 해 면제해 주고 돌아간 자에게는 부역을 여섯 해 면제해 주었으며, 한 해 동안 부양해 주기로 했다.

 

고조가 낙양의 남궁南宮에서 주연을 베풀었다.

고조가 말했다.

"열후와 장수들은 감히 짐에게 숨김없이 속내를 말해 보시오.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이며,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이오?"

 

고기와 왕릉이 답했다.

"폐하는 오만하시어 다른 사람을 모욕하지만 항우는 인자하면서도 사람을 아낄 줄 압니다.

그러나 폐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을 공격해 땅을 점령하게 한 뒤 항복을 받아 낸 자에게 그곳을 주어 천하와 이로움을 함께하셨습니다.

항우는 어질고 재능 있는 자를 시기해 공이 있는 자에게 해를 끼치고 어진 자를 의심하며 싸움에 이겼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공적을 주지 않고 땅을 얻고서도 다른 사람과 이로움을 나누지 않았으니, 이것이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그러자 고조가 말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려. 군막 속에서 계책을 짜내 1000리 밖에서 승리를 결판내는 것은 내가 자방張良만 못하오.

나라를 어루만지고 백성들을 위로하며 양식을 공급하고 운송 도로를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賀만 못하오.

100만 대군을 통솔해 싸우면 어김없이 이기고 공격하면 어김없이 빼앗는 것은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오. 이 세 사람은 모두 빼어난 인재이지만 내가 그들을 임용할 수있었으니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오.

항우는 범증 한 사람만 있었으면서도 그를 중용하지 않았으니 이것이 그가 나에게 사로잡힌 까닭이오."

 

pp.364~36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