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 타인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익히 알려진 빅데이터 기술 덕분이다. 우리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원하는 바를 겉으로 표출하지 않지만 흔적으로는 남긴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그들의 미충족욕구(unmet needs)를 찾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의문이 든다.

엄청난 로데이터(raw data)를 확보한다고 해서 사람들의 미충족욕구를 찾아낼 수 있을까? 

배너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클릭 한 번 했다고 그다음부터 인터넷 창을 열 때마다 비슷한 제품 광고가 따라다닌 경험, 다들 한 번씩 해보았을 것이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광고에 지쳐 일부러 다른 제품을 클릭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들린다.

기업은 소비자의 검색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가 원하는 광고를 제시했다고 생각하지만 이 

또한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걸러진 단편적인 정보일 뿐이며, 그조차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데이터 활용은 사람들이 남긴 흔적(data log)이 그들의 진짜 속마음, 그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가정 하에 진행되었다.

이 흔적을 따라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고객에게 '짜잔~ 당신이 찾는 게 이거였지?'하고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조차 말하지 않는 진실까지 파악해야 한다.

데이터가 말하지 않는 진실,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verything Store',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을 지향하며 온라인 유통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인 '아마존북스'나 '아마존고'를 확대하는 이유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이 매출을 더 확대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쏟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온라인 사업의 특성상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touchpoint)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고객의 니즈를 더 면밀히 파악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이미 엄청난데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을까?

 

이러한 흐름은 Z세대나 밀레니얼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이들은 디지털에 익숙하지만 구매의사결정은 온라인 검색만으로 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본 다음에 선택한다.

오히려 디지털 나이가 젊을수록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에 반응하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를 아마존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 전략에 대입해보면 그들의 의도를 유추해볼 수 있다.

즉 체험과 감상적인 교감을 통해 직접경험을 선사하고 고객경험 동선, 구매패턴, 연령/성별에 따른 취향 및 접점의 우선순위를 파악함으로써, 고객이 말하지 않고 어쩌면 고객 자신도 모르는 미충족욕구를 찾기 위해서다.

고객에 대한 정량 데이터가 월등히 많은 온라인 채널뿐 아니라, 비록 절대량이 적지만 고객의 말하지 않는 니즈와 정성적 데이터까지 파악하기 위해 오프라인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다.

 

pp.168~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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