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과 학문이 없어도 떳떳한 사람이다

 

誇逞功業, 炫耀文章, 皆是靠外物做人.

不知心體瑩然, 本來不失, 卽無守功隻字, 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

 

공적과 사업을 과시하여 드러내고 학문과 문장을 현란하게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바깥 사물에 기대어 사람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 바탕이 맑고 순수하여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다면

설령 한 치의 공적이나 한 자의 학문이 없을지라도 본디 정정당당하게 사람 노릇 하는 것임을 모르는 자들이다.

위대한 업적과 거창한 사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뛰어난 학문과 문학으로 성과가 혁혁하여 이름 높은 이가 많다.

세상에는 또 각 분야에 많은 스타가 있다.

그 명예는 업적과 학문, 연예와 스포츠와 같은 바깥 사물에 기대어 만들어졌다. 사람 자체는 아니다.

이름 없이 산다고 해도 저들의 화려한 명성이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업적 한 가지 없고, 글자 하나 몰라도 정정당당하게 멋진 인간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도 좋다.

마음이 순수하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산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오히려 훌륭하게 사람 노릇하며 사는 것이다.

『법화경(法華經)』에는 옷 속에 보물이 숨겨진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옷 속에 보물이 있는 줄은 모르고 허황한 명성에 현혹된 채 살고 있지나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한가할 때 준비하고 바쁠 때 마음을 다스려라

 

忙裏要偸閒, 須先向閒時討個欛柄;

閙中要取靜, 須先從靜處立個主宰;

不然, 未有不因境而遷, 隨時而靡者.

 

바쁠 때라도 한가함을 즐기고 싶으면 한가함을 즐길 때 쓸 칼자루를 먼저 마련해 놓아야 한다.

시끄러울 때라도 고요함을 취하고 싶으면 고요함을 제어할 주재자를 먼저 세워 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환경의 영향으로 마음이 휘둘리거나 시간의 영향으로 몸이 휩쓸리게 된다.

아무리 바쁘더라고 한가로움을 즐길 여유의 시간을 마련하고 아무리 소란스럽더라도 고요하게 지낼 틈을 비워 둔다.

일에 치여 몸이 지치고 넋을 일치 않아야 심신은 건강을 유지하고 삶은 격조를 찾는다.

그러나 한가하고 고요한 시간을 만들고서 오히려 노고를 보상 받기라도 하려는 듯 쾌락을 즐기며 방종하게 보낼까 두렵다.

안식을 위한 자유의 시간, 낯선 환경에서 평정을 잃고 휩쓸려 가는 자가 많다.

그러니 한가한 시간에 방종하지 않도록 미리 마음의 칼자루를 단단히 쥐고, 혼자만의 시간에 동요하지 않도록 마음의 주재자를 미리 세워 둬야 한다.

안식의 시간을 잘 보내면 그 뒤의 삶이 윤택하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방종한다면 그 뒤의 삶에 쇠퇴와 몰락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칼자루의 원문은 파병(欛柄)으로 지조나 마음가짐을 비유한다.

성리학자가 자주 쓴 말이다.

 

pp.336~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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