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주력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을'이고, 또 하나는 창작판소리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이다. 

드디어 완창 무대를 연다. 달문의 일생이 모두 담겼다.

2018년 달문이 주인공인 장편소설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출간했다.

2019년에 거칠게나마 판소리 사설 초고를 썼다.

이 사설에서 눈대목 세 군데만 뽑아 웹판소리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고, 서울과 제주와 진주에서

쇼케이스 공연을 가졌다.

그때도 용석이 멋지게 소리를 했지만, 달문의 일생을 모두 담지 못해 아쉬웠다.

그 사이 '창작집단 싸목싸목'을 통해 <가시리> <복돌복실> <한국 호랑이 왕대의 모험> <그래서 나는 기오리가 되었다>

<섬진강 도깨비> 등을 선보였다.

작창이나 무대를 함께 만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완창 무대를 2년 전에 하지 않고 지금 하게 된 것이 다행이란 생각까지 든다.

달문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을 돈화문 국악당에서 달라고 하여 몇 자 적었다.

제목은 '달문을 이해하기 위하여'로 정했다. 흑맥주나 한 병 마셔야겠다.

달문의 철괴무('이철괴'라는 기괴한 모습의 신선을 흉내내면서 추는 역동적인 춤)라도 떠올리면서.

좋은 사람으로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18세기를 살다 간 거지 광대 달문은 반전매력남이었다.

너무나 못난 얼굴로 멋진 춤을 췄고, 평생 거지였지만 공연으로 번 많은 돈을 나눠줬으며, 글 한 자 못 읽지만 지혜로운 자로 수많은 이들의 인생 상담을 했고, 중심에서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인기가 올라가면 문득 사라져 변방을 떠돌았다.

달문은 궁핍, 질병, 범죄에 노출되는 어려움 속에서 이기심을 극복하고 거리의 지혜를 터득한 인물이다.

자신을 친구라고 부르며 찾아오는 이들을 모두 환대했고,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돌려댈 뿐만 아니라 옷까지 다 벗어주며 손해를 감수했다.

무엇보다도 달문은 좋은 사람이면서, 맡은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사람이었다.

판소리 <달문, 한없이 좋은 사람>은 착하디 착한 거지 광대의 일생을 따르면서, 관객들에게 어쩌면 불편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달문에 비해 당신은 얼마나 좋은 사람이냐고.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고.

 

pp.366~36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