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 칸은 자신이 세상에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간다고 생각했을까?

상상해보기 어려운 일이다. 칭기스 칸이 자신을 어떻게 보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민하지 알 시라지 주즈자니의 연대기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주즈자니는 칭기스 칸이 저주를 받았다고 하면서, 그가 죽어 지옥으로 내려갔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주즈자니는 한 이맘이 이 악명 높은 정복자와 나눈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이 성직자는 칭기스 칸의 조정에서 일을 했으며, 자신의 오만한 주장에 다르면 몽골의 칸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그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칭기스 칸은 "내가 사라진 뒤에도 세상에는 위대한 이름이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칭기스 칸이 중국의 한 도교 승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가 말년에 이르러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좀더 잘 알 수 있고, 또 그의 속마음도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특별한 편지는 그 노승의 제자 몇 명이 사본으로 남겼다.

주로 행동과 한 말을 기록한 『몽골 비사』와는 달리 이 편지에는 칭기스 칸 자신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이 편지는 어떤 시기 - 몽골 왕궁과 동행하던 키타이(거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가 기록한 고전 한문의 형태로 남아 있지만, 칭기스 칸 자신의 감정과 인식을 매우 분명하게 드러낸다.

칭기스 칸의 목소리는 소박하고, 분명하고, 상식적이다.

그는 자신의 적들이 쓰러진 것을 자신의 우월한 힘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나 자신에게는 특별한 자질이 없소."

그는 '영원한 푸른 하늘'이 "오만과 지나친 사치" 때문에 주변의 문명을 벌했다고 말했다.

칭기스 칸은 엄청난 부와 권력을 모았지만 계속 소박한 생활을 했다.

"나는 소 치는 목동이나 말을 모는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있소. 우리는 똑같이 희생을 하고 똑같이 부를 나누어 갖소."

그는 자신의 이상들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나는 사치를 싫어하오."

또 "나는 절제를 하고 있소."

그는 백성을 자식처럼 대접하려고 노력했으며, 재능 있는 사람들은 출신에 관계없이 형제처럼 대했다.

그는 자신과 관리들의 관계가 매우 긴밀하고 또 존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늘 원칙에서 일치를 보며,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결합되어 있소."

이 편지는 무슬림 세계 침공 전야에 보낸 것이고 한자로 적혀 있지만, 그가 자신을 그 두 지역의 왕국이나 문화적 전통의 상속자로 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이전의 제국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제국을 딱 하나 꼽고 있는데, 그것은 그의 조상인 훈족의 제국이었다.

그가 무슬림이나 중국의 방식으로 통치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는 훈족으로부터 내려오는 방식, 초원의 제국에 어울리는 자기 나름의 통치 방식을 찾고자 했다.

칭기스 칸은 자신의 승리가 '영원한 푸른 하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만, "나의 소명이 중요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의무도 무거웠다"고 말했가.

그러나 그는 자신이 평화 시에도 전시만큼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통치에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 같아 걱정이오.: 그는 나라를 다스리는 좋은 관리들이 배의 좋은 키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군으로 일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행정부에서 유능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편지에서 칭기스 칸의 정치적 사고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칭기스 칸은 자신의 약점들을 인정한 뒤에 지상에서 자신과 자신의 사명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칭기스 칸의 주르첸(여진) 원정 - 초원지대를 벗어난 첫 번째 주요한 원정이었다 - 은 약탈을 위한 일련의 습격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원정이 끝난 뒤에는 속국을 세웠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단순한 습격이나 교역망 통제보다 더 깊고 넓은 계획이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역사상 다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하러 남쪽으로 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큰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전 세계를 하나의 제국으로 통일"시키는 일이었다.

그는 이제 부족의 족장이 아니었다.

그는 해가 뜨는 곳에서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모든 사람과 모든 땅의 통치자가 되려했다.

 

pp.2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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