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은 사진가에게는 일반적으로 2~3초에서 30초 정도의 노출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 시간을 가만히 견디지 못하는 대상은 거의 없거나 아주 드물다.

그런 대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같은 해인 1878년에 『포토그래픽 타임스』Photographic Times는 이렇게 지적했다.

"평범한 풍경사진이라면 (…) 5분에서 10분 사이의 노출로 충분히 작업할 수 있고, 조작도 그리 어렵지 않다."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초에 38번 걸음을 옮기는 옥시덴트를 찍기 위해서는 100분의 1초 단위의 노출이 필요했다.

노출이 너무 느리면 이미지가 흐릿해지고, 너무 빠르면 노출 부족이 된다.

그는 노출 부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배경을 최대한 밝게 만들기 위해 "축사 주변의 모든 바닥과 벽면"에 시트를 두르고, 그런 막막한 공간에서 달릴 수 있도록 옥시덴트를 훈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촬영 첫날에는 어떤 결과도 낼 수 없었다. 이틀째, 개선된 셔터를 "열고 닫을 때 속도를

높이자 그림자가 잡혔다.

사흘째에 작가는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두 장의 판지가 서로 교차하며 스프링을 건드리게 함으로써 말아 지나가는 사이에 8분의 1인치의 틈이 500분의 1초 동안 열리게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옥시덴트가 달리고 있는 전신을 보여주는 음화를 얻을 수 있었다."

얼어붙은 것처럼 고정된 동작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기적적인 성과였다.

아무도 그 정도 근거리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이 흐릿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이브리지의 자신은 500분의 1초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포착된, 그것도 노출이 부족한 그림자 이미지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에게 필요했던 장면은 보여주었다.

옥시텐트의 네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져 잇었던 것이다.

머이브리지는 계속 말했다 - 이어진 몇년 동안 신문 기사는 거의 그의 보도자료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 -

"이는 사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이 될 것이다.

주지사가 결과물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작가도 자신의 발견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머이브리지가 다른 자리에서 "그림자뿐이고 또렷하지 않다"라고 했던 그 사진에,  스탠퍼드와 나머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모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신이 조작되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후로 문제의 사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스탠퍼드에게 그 계획은 언제나 말의 동작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머이브리지에게 그것은 셔터의 작동과 필름의 속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동작의 비밀을 드러내는 과학적 도구로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사진은 사람의 눈보다도 훨씬 느린 매체였고, 이는 최초의 사진이 보여준 파리의 텅 빈 대로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진은 커다란 경계를 넘어, 마치 이전에 망원경과 현미경이 그랬듯이, 가려져 있던 세계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망원경과 현미경이 보여준 세계가 거리와 공간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면, 사진의 세계는 시간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그것은 일상에서 늘 보아왔던, 하지만 신비했던 동작의 세계였다. 철도를 통해 인간은 자연보다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신을 통해 의사소통을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통해 인간은 더 빨리 보고, 시간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보고, 그런 다음 그 순간들을 다시 시간 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도 어떤 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는데, 머이브리지의 사진이 그 막을 영원히 찢어버렸다.

다른 사람들도 순간 사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작업 역시 1872년과 1873년 사이에 머이브리지가 했던 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변칙적인 일화들은 카메라 기술에 대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8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의 획기적인 발견은 확고한 성취를 이루어내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pp.12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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