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의 언어는 '책'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있다면 그곳에서부터 또 이야기가 시작되겠지만, 시골책방에는 없습니다.

시골책방에는 책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책을 조금밖에 갖다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읽고 싶은, 관심 있는 책만 갖다 놓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대로 서점이 색깔이

됩니다.

재테크에 열심을 부릴 것 같았으면 시골에 책방을 차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책방에서의 언어는 '자연'에서 비롯됩니다.

시골 마을 끄트머리에 있고, 소나무숲이 있고, 개울이 있고, 멀리 산이 보입니다.

더 많이 \하늘이 보입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자주 부는지 모릅니다.

대화는 그런 단어들로 시작됩니다.

이 소설을 읽고 잠을 못 잤다, 책을 읽다 눈물이 났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 생각이 났다,

이렇게 두꺼운데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혼자 읽기 아깝다 등등. 그러다 바람이 너무 좋다. 배추가 잘 자란다.

물소리가 좋다, 구름이 아름답다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누군가와 비교하고, 시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보다 더 좋은 차를 탄다고 해서 부러울 것도 없고, 아파트 값이 올랐다 덜 올랐다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명품 브랜드 상품을, 고급 레스토랑 메뉴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른 채 살아가는 자신의 맨 모습을 그대로 만나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책방에 와서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이 『시골책방입니다』를 읽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골책방입니다』에 나오는 이야기는 나의 현실과 너무 다르다.

솔직히 돈 버는 것에 독이 올라 살아간다. 내 주변 사람들 모두 그렇다.

책 속 이야기가 픽션 같다. 물론 있는 이야기를 썼겠지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바쁜 중에도 월요일 이 시간에 오고,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은 날도 그냥 오는 이유는 이곳이 내게 현실도피처이기 때문이다."

시골책방에서의 대화는 누군가가 보기에 '픽션' 같은 것입니다.

현실에서 부대끼면서 사는 세상이 아닌, 잠시 낯선 세상이 이 시골책방에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좋다, 좋다 말하면서 사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시골을 선택하고, 책을 선택하고, 커피를 선택하고, 음악을 선택하고, 나무를 선택하고 하는 것들. 즉 제가 좋은 것을 선택하니 좋을 밖에요.

그들이 떠난 후에야 저는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비로소 세상이 편안해졌습니다.

책방에서의 언어, 책방에서의 대화가 저를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손님은 종일 그들이 전부였습니다.

 

pp.23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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