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우리말의 비밀
'아리랑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 노래다.
 만든 사람도, 만들어진 시기도 알려져 있지 않고, 지역에 따라 노랫말도 가락도 저마다 다르다.
 그 가운데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어서 대표격이 된 아리랑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고 하는 곡이다.



노랫말을 보면 사람을 떠나보내는 여인의 원망 어린 슬픔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별을 한탄하는 노래가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즐겨 불리며 전해졌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좀 의아하지 않은가?
아리랑이 정말 그런 노래일까?

아리랑은 내가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이다.
혼자 있을 때도 내가 작사작곡한 나만의 아리랑을 부른다. 모임 자리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있으면 물론 아리랑을 부르고, 이는 언제나 합창으로 이어진다.
내가 부르는 아리랑, 내가 알고 있는 아리랑은 기쁨을 노래하는 곡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인 '참나를 깨닫는 기쁨'을 노래하기에 그 깨달음의 여정에서 겪게 되는 애환도 곡조에 함께 흐른다.
 

이는 아리랑의 어원을 연구하거나 역사 배경을 분석하여 알아낸 것이 아니다.
어느 날 아리랑을 이어서 계속 부르던 중에 문득 이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는 누구에게나 직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번뜩임 같은 것이다.
나한테는 아주 명징한 느낌이지만 직관으로 파악한 것이니 이를 맞다거나 그르다거나 할 수는 없겠고, 다만 여러분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아리랑의 해석을 내 느낌대로 풀어본다.
 

먼저 아리랑을 한자로 풀어보자.
 

아[我] : 참나
리[理] : 이치, 원리, 법
랑[朗] : 즐거움
 

뜻을 새기면 '참나를 깨닫는 기쁨이여'가 된다.
나는 외국인에게 아리랑을 소개할 때 '참나를 찾는 기쁨의 노래'라고 설명한다.
이 심오한 뜻을 담은 노래 한 곡조로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을 깨달음의 전통이 있는 나라로 기억하게 된다.
 

다음에는 아리랑을 우리말로 풀어보자.
흥미로운 것은 우리말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도 한자로 푼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아 : 태양과 같이 밝은 나. 참나.
      또는 '얼'에서 나온 하나의 개체를 뜻하는 '알'이라는 말이 '아리'로 연음된 것일 수도 있다.

리 : 여성을 높여 부르거나, 사람을 지칭한다.
랑 : '라'는 태양. 라에 붙은 이응은 소리를 부드럽게 이어주기 위해 쓰인다.

이렇게 풀어보면 아리랑은 '태양처럼 밝은 이여'라는 뜻이 된다.
이에 따라서 아리랑의 노랫말 전체를 다시 풀어본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 태양처럼 밝은 이여. 태양처럼 밝은 이여.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참나를 밝히는 힘겨운 길을 가시는 군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 (힘들다고 해서) 참나를 찾는 이 길을 포기하고 가는 이는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 인간 완성(십十은 완성을 뜻함)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치고 맙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참나를 깨닫는 기쁨의 길을 가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노래가 아리랑이다.
기쁨을 노래하니 기쁜 노래가 될 수 있고, 애환과 염원을 담으니 애조 띤 노래가 될 수도 있다.

'정선아리랑'이나 '밀양아리랑'에서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또는 '아리랑 어절시구 잘 넘어간다'고 노래한다.
왜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달라고 하는지, 왜 잘 넘어가고 싶어 하는지 이제는 그 마음을 헤아리면서 아리랑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의 비밀   p.8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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