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한글 공부

저에게는 두 분의 어머님이 계십니다.

저희 형제 셋을 낳아주시고 10여 년 동안 키워주신 한 분의 어머니는

몇 년에 걸쳐 암 투병을 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오셨는데 저는 반항은 기본이고, 거친 말도 쏟아냈습니다.

가시 돋친 말만 골라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가 새어머니와 하시는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버님은 두 분 사이에 새 자녀를 갖고 싶었지만,

새어머니가 지금 키우는 삼 형제를 위해서라도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숨죽여 들으면서 걷잡을 수 없이 반성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새 어머님께 너무너무 죄송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셨을지 마음이 아려왔고 저의 지난 행동이 너무도 부끄러웠습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결혼을 하고, 어느덧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아버님께서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한 달에 1~2번 혼자가 되신 어머님을 찾아봬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머님께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습니다.

바쁜 업무를 마치고 걱정되는 마음으로 얼른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무슨 일 있으세요?"

"어... 아범 바쁜데 미안하네...

괜히 큰일도 아닌데...

다름이 아니라 혹시 집에 애들이 쓰다 남은 연필이나 공책 있으면 갖다 주겠니!"

어머님 말씀을 듣고, 큰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지만,

궁금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갑자기 연필하고 공책은 왜요?"

"그게 사실은 한글 공부를 시작해 볼까 해서..."

생각해 보니 어머님께서 한글을 잘 쓰지 못하신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님은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우셔서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는 대신 부모님을 따라서 돈을 벌어야 하셨다는 것을요.

80세가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님은 평생 한글을 모르시는 게 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날 퇴근길에 문구점에서 연필, 공책, 지우개 등 필요한 것을 사서 갖다 드렸습니다.

어머님의 어린 시절 공부를 못하신 한과 어려움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자식 된 도리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 전 여전히 부족한 불효자인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어린 시절 저에게 부유한 환경과 세상의 지식을 알려주지는 못하셨지만,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와 나눔을 몸소 실천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내 욕심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늘 '가장 낮은 자리'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하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 변치 않고 작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어루만져 주는 언제까지나 진심 가득한 단체가 되겠습니다.

 

# 오늘의 명언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다.

헌신으로 사랑은 자란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봄이 오면 2

 

 

봄이 오면

나래펴고 훨훨 날아 오르리

 

웃고 싶어도

그 긴 겨울 입술 깨물며

한적한 길섶 돌담 사이에서

세상살이

멍든 자주 빛 가슴

제비꽃 되어

 

봄이 오면

제비처럼 푸른 하늘

훨훨 날고 싶어

 

- 박동수 님

 

 

 

인생이라는 모래시계

시계는 늘 현재 시각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잘 체감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시간도 언제나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현재에 안주한 채 살아갑니다.

우리 인생을 시계에 비유하자면 정해진 시간 안에서 흘러가는 '모래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분, 5분...

유리병에 담긴 모래의 양만큼 흘러 내려가는 모래시계처럼

우리는 정해진 인생의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 한 알이 내려가듯 우리 인생에도 언젠가는 마지막 순간이 옵니다.

따라서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를 의미 있고 소중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모래시계에서 영원한 시간이란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어 말했습니다.

하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chronos),

다른 하나는 특별한 시간을 의미하는 카이로스(Kairos)입니다.

그저 흘러가는 인생은 크로노스의 시간입니다.

그 인생에서 주어지는 기회의 순간은 카이로스의 시간입니다.

기회를 기다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크로노스의 시간인 평범한 여러분의 하루를 특별한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 디오게네스 –

 

 

주름에 대하여

그 주름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얼굴에 잘 어울렸다.

그녀가 웃으면 주름도 함께 웃고

그녀가 언짢은 얼굴을 하면 주름도 함께 언짢은 얼굴을 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중에서

 

 

주름은 표정입니다.

또한 주름은 그 사람의 이력입니다.

곱게 자리 잡은 주름은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원래 있던 주름은 물론,

늙어감에 따른 주름에 너무 예민할 필요가 없는 까닭입니다.

 

 

 

부자와 당나귀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내다 팔기 위해 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마을을 지날 때 방물상이 그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당나귀를 타고 가면 될 걸 왜 안 타고 가시오."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자

아버지는 아들을 당나귀에 태우고 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한 노인이 화를 내면 말했습니다.

"저런, 아버지는 힘들게 걷고 다니는데 젊은 아들은 당나귀를 타고 편하게 가다니..

불효막심한 놈 같으니!"

그 소리에 아들이 내리고 이번에는 아버지가 당나귀 등에 올라탔습니다.

얼마쯤 더 가자 이번에는 우물 앞에서 물을 기르던 여인들이 말했습니다.

"왜 아버지가 당나귀에 타고 아들만 불쌍하게 걷게 만드는 거예요."

이 말도 옳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이 함께 당나귀를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본 한 무리의 사내가 나무라듯 말했습니다.

"조그만 당나귀에 두 사람씩이나 타다니 당나귀가 너무 불쌍하지도 않소."

당나귀를 끌고 갈 수도, 두 사람이 다 탈 수도 없어 고심하던 부자는

결국 당나귀를 장대에 묶어 어깨에 메고 가기로 했습니다.

마을 입구의 다리 위에 이르렀을 때, 동네 아이들이 이 진귀한 구경거리에 몰려와서는

웃고 떠들었습니다.

놀란 당나귀가 발버둥을 쳤고 그만 장대가 부러지면서 당나귀는 다리 밑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비판은 누군가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자신의 직관과 경험을 토대로 하는 판단입니다.

그렇기에 비판은 객관적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그 사람의 감정에 따라 왜곡되기도 쉽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할 수 없듯이 우리는 모든 비판의 소리에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판단에 삶이 흔들리고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을 가지고 나아갈 줄 알아야 합니다.

# 오늘의 명언

나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 온 세상이 나의 적이 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다른 생각, 다른 의견

당신 의견이 이상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마라.
왜냐하면 지금 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지는 대부분의 사실은 예전에 이상하다고 여겨지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 버트런드 러셀

 

 

당연히 옳거나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들이라 말하지만

처음엔 남들에게 그리 판단되지 않았을 겁니다.

보편적인 것과 다른, 엉뚱한 생각이라 여겼을 테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맞아떨어지는 가치가 된 것들입니다.

 

남과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은

기이하다기보다는 좀 더 창의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외롭다는 생각도 조금은 지워질 것 같습니다.

 

 

 

실패는 나를 성장하게 한다

해발 8,84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

뉴질랜드의 등산가이자 탐험가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도 첫 등반으로 에베레스트 등정이라는 쾌거를 이룬 것은 아닙니다.

여러 번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했습니다.

역시나 세계 최고봉이라는 에베레스트의 정상은 그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선험자들 덕분에 등반 코스 등이 알려졌지만, 당시에는 산행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지라 에드먼드 힐러리의 열정적인 도전은 긴 준비와 극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할 때마다 설산을 향해 말했습니다.

"산아, 너는 자라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계속 자라날 것이다.

내 기술도, 내 힘도, 내 경험도, 장비도 자라날 것이다.

나는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기어이 네 정상에 나는 설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도전할 때는 텐징 노르가이라는 동료도 함께였습니다.

밤사이 텐트 밖에 놓아둔 신발이 꽁꽁 얼어붙어 신발을 녹이는 데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에드먼드 힐러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습니다.

1953년 5월 29일 아침,

12m나 되는 빙벽이 그를 가로막았지만, 끝내 올라 꿈에 그리던 정상에 다다랐습니다.

인간 승리의 순간이었습니다.

泰山(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노라.

세상에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반드시 그 끝은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꿈과 의지에는 끝이 없습니다.

단번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오늘도 끊임없이 자신에게 외치며 도전해보세요.

 

# 오늘의 명언

당신의 꿈을 이루는 것을 막는 사람은 당신 자신밖에 없다.

– 토머스 브래들리 –

 

 

이심전심(以心傳心)

오래전 한 회사에 다녔을 때 일입니다.

저에게는 첫 직장이었는데 그 직장에서 5년을 열심히 배우면서 일했습니다.

작은 회사라 급여는 많지 않았지만,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직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몸이 약하셨던 어머니에게 병이 생겼는데, 가난했던 저희 집 형편으로는

치료를 위해 매달 들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다니던 회사도 사정이 어려웠던 상황인지라 할 수 없이 급여를 더 많이 주는 회사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5년간이나 함께 일했던 직장동료들은 저의 사정을 알지만 그만둔다고 하자 다들 서운해했습니다.

제 급한 사정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했는데 마지막 날에는 제 짐만 허겁지겁 정리해서 급하게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밖에 사장님과 저희 부서 과장님이 함께 서 계셨는데 사장님이 저에게 쪽지와 봉투를 주셨습니다.

"그동안 참 열심히 일해줘서 고마웠는데 사장이 되어서 월급을 많이 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부디 어머니께서 쾌차하시길 빌고 힘내게.

이거 적지만 나하고 회사 사람들이 조금씩 모은 거야."

봉투를 받기도 전에 울컥하며 눈물이 나왔습니다.

고개를 들어 사무실 창문을 바라보니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저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벌써 30년도 지나 저도 작게나마 공장을 운영하면서 그때의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저희 직원들을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가요.

돈에 얽매이고, 권세에 얽매이고, 시간에 얽매이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의 가치를 잊고 살 때가 있습니다.

비록 가진 것이 없고, 가난으로 삶이 힘들어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동료가 곁에 있다면 당신은 세상 누구보다 부유하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 오늘의 명언

마음은 팔 수도 살 수도 없지만 줄 수 있는 보물이다.

– 플로베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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