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바토레, 짐, 거먼, 아미르,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과 함께 원형 대열에 앉는다.

그리고 바닥에 놓인, 한 남자가 억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그림을 가리킨다.

"이 사람은 시시포스입니다." 내가 말한다.

"지하 세계의 신들이 그에게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벌을 내렸죠.

그가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바위가 다시 굴러떨어집니다.

그러면 언덕 아래로 내려가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죠.

꼭대기에 도착하면 거대한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집니다."

 

사람들이 웃는다.

살바토레의 표정이 훨씬 심각해진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면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러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꼭대기까지 밀어 올리기를 죽어라 반복해야 하죠."

 

"우리도 그런 적이 있소.

그땐 쓰레기통이었지." 프랜든이 말한다.

브랜든은 일흔셋이다.

수년 동안 마약에 찌든 탓에 고장 난 듯한 콧소리로 말한다.

"열여섯에 근무지 이탈로 영창에 들어간 적이 있지."

그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을 들이마신다.

"간수들이 우리한테 거대하고 까만 강철 쓰레기통을 주면서 까만 페인트를 사포로 벗기게 했어." 그가 또 숨을 빨아들인다.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간수가 우리한테 까만 페인트 통을 줬어.

그러면 우린 다시 페인트칠읗 해야 했지."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요.

"거먼이 말한다.

"전 감옥에 와서 벌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하루 종일 감방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앉아 있어요.

이곳은 그냥 시간 낭비예요."

 

"카뮈라는 철학자에 따르면 시시포스는 영웅이었어요." 내가 말한다.

짐이 지쳐서 나를 쳐다본다.

 

내가 말한다.

"살아 있을 때 시시포스는 반항아였습니다.

죽음이 그를 결박해 지하 세계로 데려가려 하지만 그는 죽음을 속여 스스로의 손을 결박하게 만들죠.

이후 마침내 죽음이 그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도 시시포스는 지하 세계의 여왕을 구슬려서, 반나절 동안 산 자들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러고는 그날 밤 지하 세계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죠.

신들은 분노합니다. 그의 반항적 기질을 없애고 싶어 해요.

그래서 그가 영원토록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 올라게 만들죠."

 

"그러면 이제 영웅이 아니네요?"

짐이 묻는다.

 

"카뮈는 시시포스가 바위를 밀어 올릴 때조차 여전히 영웅일 수 있다고 행각해요."

내가 말한다.

"어떻게요?"

짐이 말한다.

 

"시시포스는 바위가 언덕 꼭대기에 멈추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가 당연한 걸 알아요.

그런데도 바위를 꼭대기로 밀어 올리죠. 시시포스가 영웅이 되는 지점은 그가 꼭대기에 도달할 때가 아니예요..."

 

"도로 내려올 때죠." 아미르가 말한다.

"맞아요.

시시포스는 즐거운 마음으로 돌덩이를 다시 밀어 올리기로 결심했어요.

그기 신들에 대한 그의 가장 위대한 반항이었죠.

그는 자신을 공허하게 만들려는 것들을 역으로 자신을 채우는 데 사용해요."

 

"어떻게 그걸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죠?"

살바토레가 말한다.

"화가 무지 날 텐데요."

"시시포스는 화난 게 아냐. 반항하는 거지."

아미르가 말한다.

 

"화, 반항. 불행한 건 똑같아." 살바토레가 말한다.

아미르가 어깨를 똑바로 편다.

"화가 난다는 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의미야.

자기 상황을 못 받아들이는데 행복할 리가 없지.

반항은 상황을 받아들이되 어쨌거나 투덜대는 거고.시시포스는 반항하기 때문에 즐거운 거야."

 

pp.104~106.

 

조윤제 -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생각의 혁명』의 저자이자 창조력 전문가인 로저 본 외흐 박사는 사람들의 창조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바로 전문화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문화는 능률을 가져오지만 '그것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라는 태도가 창조적 사고를 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그런 태도를 가지면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편협하게 생각하게 되어 다른 분야에 대해 전혀 생각해 보려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우물을 파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성공한다는 사고는 초기 지식 사회에서는 성장의 동력이 되었으니,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요즘에는 오히려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문외한(門外漢)이 어떤 사람인가?
사전적으로 보면 어떤 일에 직접 관계가 없는 테두리 밖의 사람, 또는 그 일에 전문가가 아닌 사람을 말한다.만약 한 분야에만 전문적이고 다른 분야에는 전혀 실력도 관심도 없다면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벗어난 모든 분야에서 문외한이 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전문분야'라는 우물 안에 살고 있는 개구리가 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한 분야의 지식이 다른 분야와 융합하여 유추되고 변형되어야만 나올 수 있다.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고에서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창의적인 사고가 한두 사람의 천재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날 때 우리는 소프트웨어 강국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두 개의 대기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창의성을 폭발시킬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한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교수는 『세움직인 다섯 가지 힘』이라는 책의 해제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지식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백과사전형 지식'과 '전문가형 지식'이다.
단어 그 자체로, 얕지만 넓게 아는 것과 깊지만 좁게 아는 두 가지 유형의 지식 체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모든 부문에 대해 다 잘 알면 좋겠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고, 결국 개개인에게도 지식을 습득하는 패턴이라는 것이 생겨나게 된다.
한국에서도 백과사전형 지식은 이규태를 비롯해서 이어령에 이르기까지, 분명히 존재하온 하나의 패턴이었다.


그러나 경제 근본주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IMF 경제위기 이후 이러한 백과사전형 지식체계를 갖춘 사람은 더 이상 등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10년 가까이 전문가형 지식을 갖춘 사람을 사회적으로 우대하고, 또 그렇게 사회의 지식 체계가 움직여 나갔다.
학계만 보더라도 백과사전형 지식시대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던 '학자' 또는 '지식인'이라는 단어보다 '전문가'라는 단어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분명 그런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우리는 한국의 10대들과 대학생들에게 '전문성'을 유별나게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다시 한 번 백과사전형 지식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엮어내고, 그것들을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아니, 이미 우리 앞에 와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문적인 기저에서 '백과사전형 지식인'은 기업이나 사회분야에서는 '통합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기업들 비롯한 학계와 사회의 전 부문에서는 전문성과 함께 폭넓은 지식기반을 가진 창의적인 통합형 인재를 간절히 찾고 있지 않은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인재들이 바로 통합형 인재들인 것이다.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p.17~19》


비록 스티브 잡스에 의해 감성에 대한 우리 관심이 폭발하였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감성이 풍부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원래 우리 한국인은 부드럽고 온유하며 여유만만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거스름돈을 받아도 세지 않고, 노래와 춤을 즐기며,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등 합리적이라기보다는 직감적인 민족이었다.
2002년 세계가 놀랐던 우리의 월드컵 응원문화와 지금 전 세계 젊은이를 열광시키고 있는 K-POP 열풍 등은 감성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을 보면 전형적인 우뇌형 민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산업화, 근대화가 되면서 경쟁과 스트레스, 그리고 조급증으로 인해 좌뇌적 성향이 강해지게 된 것이다.
특히 한창 감성능력을 개발해야 할 시기에 입시와 시험 공부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는 것 역시 이런 성향을 심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감성적인 민족이 많이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지배계급으로부터 평민들까지 모두 인문학적 자질과 감성을 마음껏 발휘한 나라였다.
우리나라의 왕과 지배계급인 양반들은 모두 인문학자이지 예술가였다.
왕은 왕자 시절부터 엄격한 스승 아래에서 혹독하게 공부를 해야 했고, 양반 계급은 부름을 받아 정치계로 나가기 전까지는 모두 공부만 하는 인문학도였다.
그리고 모든 양반은 서예를 통해 아름다운 글을 쓰는 예술가였다.
그리고 하층계급인 서민들 역시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통해 일찍이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비록 양반계층이 탐닉하는 중국 유학과 고전 철학은 아니지만, 민족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재미와 해학이 넘치는 서민적인 문학을 통해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휘했던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즐기는 쪽이었던 양반계층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쪽이었던 하층계급이 더 예술적인 감수성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판소리, 민화, 탈춤놀이 등 지금도 세계 모든 이에게 공감을 주는 문화유산이 바로 우리의 것인 것이다.
흔히 서양의 문화와 문화재를 이야기할 때 그것은 대부분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한 한 가지기 지배 계층으로부터 피지배계층 모두에게서 그 감성적인 면모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찾아보기기 함들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의 도자기는 최고의 지배계급은 왕으로부터 양반계급, 그리고 최하층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관되게 그 감성적인 면모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지배계층이 사용했던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서민이 사용했던 막사발도 새로운 감성 문화재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도예미학의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버너드 리치는 "이 막사발 처럼 없으면서 있는 것 같은 색과 투박한 촉감을 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남을 행복하게 할까"라며 머리를 감싸고 울부짖었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감성능력은 어디에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다.
단지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꽁꽁 묶어두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제 우리의 숨겨진 감성능력을 깨워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적용하고, 특히 기업 경영과 리더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p.159~161》
방성혜 -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동의보감》에서는 피로의 성격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는 과거 보릿고개를 넘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이집트 노예처럼 못 먹고 못 쉬는 경우에 생기는 피로다.
이것은 흔히 '허해졌다'고 하는 상태로, 이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보약이 필요하다.
배가 고픈데도 음식을 먹지 못하니 위기(胃氣)가 허약해진다.
충분히 먹지 못하였는데도 힘을 지나치게 쓰니 더욱 기운을 상하게 한다.
푹 쉬고 푹 자고 잘 먹으면 이 피로는 물리칠 수 있으며, 여기에 보하는 약을 먹으면 더 좋다.
다른 한 가지는 이와 정반대이다.
《동의보감》에는 늘 눕기를 좋아하고 몸이 무거운 증상에 대한 황제와 기백의 대화가 실려 있다.
황제가
"사람이 자꾸 눕기를 좋아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인 기백이 대답하기를 "그것은 장위(腸胃)가 크고 피부가 습해서 살갗이 잘 풀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장위가 크면 기(氣)가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게 되고, 피부가 습하면 살갗이 잘 풀리지 않아 기의 움직임이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는 또한 사람이 게을러지고 눕기를 좋아하는 것은 비위에 습(濕)이 있기 때문이고, 몸이 무거운 것도 습(濕) 때문이라고도 하였다.
피로이 또 다른 원인은 이 습(濕)이라는 탁한 기운인 것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어 소화기에 탁한 기운이 가득 차 팔다리를 들어 올릴 힘조차 없어진 이 상태는 솜이 물을 먹어서 무거워진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습(濕)이라고 하는 탁한 물기를 머금어 몸이 무거워진 것이니 말이다.
이런 경우에는 먹고 쉬고 자는 것이 약이 아니라 독이다.
보양식이나 보약 따위도 물론이다.
이런 경우에는 움직이고 운동하고 식사량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보약이 아니라 습(濕)이라고 하는 노폐물을 제거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
노예처럼 못 먹고 일만 죽어라 해서 생기는 피로증후군과 귀족처럼 엄청 먹어대고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피로증후군.
요즘 사람들의 피로는 둘 중 어떤 경우가 더 많을까?
물론 못 먹고 못 쉬고 일만 죽어라 해서 생긴 노예형 피로증후군을 겪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그보다는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 생긴 귀족형 피로증후군이 현대 사회의 주된 피로가 아닌가 한다.
이제 주말에 잠만 잤는데도 피곤해 죽겠다고 하는 환자들에게 하나씩 질문을 던져보자.
"어제 잠만 주무셨으면 손가락 하나 까닥 한 하셨겠네요?"
"네."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으니 기가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자다 깨서 식사하고 또 다시 주무셨겠네요?"
"네."
밥 먹고 바로 누워서 잤으니 소화가 깨끗하게 되었을 리 없다. 밥 먹고 바로 자는 것은 소화기에 찌꺼기인 습(濕)을 만든다.
"하루 온종일 주무시고 저녁 늦게 일어나서 식사를 하셨으면 저녁은 아주 늦게 드셨겠네요?"
"네."
야식은 몸에 더욱 많은 습(濕)을 만든다. 주말 내내 이랬다면 월요일 아침에 일어날 때는 필시 몸이 무진장 무거울 것이다.
"너무 피곤하셔서 주말에 운동할 생각은 전혀 못하시겠네요?"
"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다니까요."
자꾸 몸을 움직여야 습(濕)이 사라지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습(濕)이 많이 쌓인 몸은 마치 물 먹은 솜과 같은 상태로,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피곤함을 이유로 습(濕)이 더욱 쌓이게 만드는 행동만 골라서 하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먹고 자고 쉬어도 그 피로가 날아갈 수 없다.
타고난 기운을 선천지기(先天之氣)라고 하고, 음식에서 얻은 기운을 후천지기 (後天之氣)라고 부른다.
음식을 잘 씹고 삼키고 소화시켜서 나의 영양분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소화기가 하는 일이다.
이 소화기의 기운이 바로 후천지기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먹고 바로 눕고, 먹고 바로 자는 것은 소화기를 매우 힘들게 만들고 몸속에 음식 찌꺼기가 자리잡게 만든다.
가뜩이나 장부가 녹슬기 시작하고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라면 짐을 더 올려서는 안 될 것이다.
몸속의 습(濕)을 덜어내는 습관으로 물먹은 솜 같은 몸을 가볍고 보송한 솜으로 돌려야 한다.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p69~71》

2003년 여름, TV에서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갯벌 3부작 특집 중의 하나인 '바다, 시화호를 살리다' 편이었다.
시화호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닫았던 방조제 문을 열어서 바닷물을 시화호 안쪽으로 흐르도록 해준 것이다.
단지 흐르게만 했을 뿐인데 죽어가던 호수가 다시 살아났다.
여기에 한 가지 지혜를 더 보태었다.
방조제의 문을 열어 바닷물이 흐르게 하되, 하루 두 번 썰물과 밀물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소인 시화호조력발전소를 만든 것이다.
시화호에 바닷물이 흐르게 하면서 동시에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한 조력발전으로 전기까지 만들어 내니 환경 개선과 전력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결국 인간에게 더 큰 재앙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이다.
흐르고자 하는 바닷물을 막아버리자 그 결과는 죽음이었다.
흐르고자 하는 바닷물을 다시 흐르게 하자 죽었던 호수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그저 흐르게만 한 것이 죽음을 생명으로 되돌려놓았다.
개바을 하더라도 자연의 법칙에 거스르는 개발은 결국 재앙으로 돌아온다.
개발을 하더라도 자연의 법칙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 서로에게 이득을 준다.
멀쩡한 바다를 막았던 인간의 어리석음을 자연은 죽음이라는 재앙으로 벌하였다.
이렇게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무서운 자연의 법칙이 인간의 몸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100세가 되도록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도록 하는 방법이 이른바 양생법(養生法)이다.
양생법 중에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항상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다.
너무 피로하게 하거나 너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적당히 움직이라는 것이다.
무릇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도리는 벌레가 먹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는 그것이 항상 움직이기 때문이다.
대개 한가하고 편안한 사람은 대부분 힘써 운동하지 않고 배불리 먹은 후 바로 앉거나 누워버리기에 경락은 통하지 않고 혈맥은 쌓이고 막히게 된다.
그래서 귀인의 얼굴은 즐거운 듯 보이나 마음은 고달프고, 천인의 얼굴은 괴로운 듯 보이나 마음은 편안하다.
이것이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귀인과 천인의 차이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귀인이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몸을 움직이지 않는 자를 말하고, 천인이란 푸성귀 음식을 먹으며 몸을 열심히 움직이는 자들을 말한다.
결국 마음이 즐거운 자는 귀인이 아니라 천인인 셈이다.
흐르지 못한 시화호가 썩고 죽어버렸듯이 흐르지 못하는 사람의 몸도 썩고 죽게 된다.
움직이지 않으면 쌓이고 막히고 썩는다. 썩게 되면 병들게 되고 병들게 되면 아프게 된다.
건강에 관해 말하는 모든 이의 공통된 권유는 바로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다.
움직이면 잘 흐른다.
움직이면 썩지 않는다.
흐를 통(通) 자와 아플 통(痛) 자는 음은 같으나 뜻은 전혀 다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통(痛)한 것은 불통(不通)하기 때문이고 불통(不通)하게 되면 통(痛)하게 된다. 그러니 통(通)하면 불통(不痛)하리라."
말장난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런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
즉, 아픈 것은 흐르지 않기 때문이고 흐르지 않게 되면 아프게 되니, 흐르게 하면 아프지 않는다는 것.
썩지 않고 벌레 먹지 않고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100세 건강을 누리는 방법은 바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
《마흔에 읽는 동의보감   p.178~181》
존 G. 밀러 - 아웃스탠딩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조직에는 상당한 긴박감이 흐르고, 모든 구성원들이 일을 확실하고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다.
윗선의 승인을 기다리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거의 없고, 불필요한 회의도 별로 없으며, 심지어 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 일도 그다지 많지 않다.
이들은 실효성은 별로 없고 시간만 많이 잡아먹는 절차를 거부한다.
행여나 어떤 절차가 조직에 걸림돌이라도 되면 관리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다니며 비능률적인 형식과 절차를 없앰으로써 구성원들의 숨통을 터 준다.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접착제 제오 회사인 H. B. 풀러(H. B. Fuller)의 경영자가 내게 재미있는 비유를 섞어 가며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 회사는 1887년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설립되었고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기업 중 하나다.


"존, 내게 일진 사나운 날과 억세게 운 좋은 날이 어느 날인지 아세요? 뱀 한 마리가 회사 로비로 기어 들어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진 사나운 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그 뱀을 빙 둘러싸고 서서 그 파충류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가 들어오게 했는지, 그 뱀이 어떤 종류인지 왈가왈부하면서 아무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상황을 판단하려고만 듭니다. 반면, 운 좋은 날에는 내가 당황하기 전에 누군가 나서사 뱀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뱀 애호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신속함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명쾌한 이야기다.
사방에 총알이 날아다니는데 회의를 소집할 시간이 어디 있고 빙 둘러서서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바로 행동뿐이다.
비효과적인 조직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이들은 그런 식의 일처리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돈이 술술 새어 나가는지 모른다.
문제는 그런 무지의 대가가 혹독하다는 점이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Fortune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 한 곳의 관리자가 솔직하게 털어 놓은 고백이 있다.


"솔직히 우리 회사가 아주 뛰어난 조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현재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좋은 조직이죠. 나는 우리 회사가 좋은 기업을 뛰어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회사는 의사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시장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움직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체불명의 위원회가 회의를 위한 회의를 하느라 경쟁자들보다 늘 한두 걸음 뒤쳐져 있습니다. 의사결정이 되기만을 맥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수백만 달러짜리 계약을 놓친 것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신속하다는 말이 무작정 서둘러 실수를 저지를 만큼 어리석게 행동하라는 뜻은 아니다.
물론 시간적 여우를 가지고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주 뛰어난 조직은 좋은 결정을 좀 더 신속하게 내린다.
그리고 그들 조직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끝냅시다... 당장!"이라는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조직 문화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아웃스탠딩   p.15~18》



사람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는가? 약속을 한 다음 지키지 못한 적은 없는가?
물론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오늘까지 자료를 제출하겠습니다"라고 철석같이 약속한 다음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저버리기가 얼마나 쉬운가.
"수요일에 회의 일정을 잡겠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은 또 어떤가.
물론 그런 것이 인생살이다.
그러나 아주 뛰어난 조직에서 내가 발견한 하나의 공통점은,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하겠다고 말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런 조직에서는 약속이 '반드시' 지켜진다.
내가 세일즈 분야에 첫발을 들여 놓았을 때 매니저였던 짐 스트루턴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약속을 반드시 지켰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그의 그런 모습에 정말로 감명을 받았는데, 그것은 예전 상사와 너무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다니던 직장의 상사는 "조만간 시간을 내 회의실에서 업무 훈련을 좀 하도록 하자" 혹은 '자네 월급을 인상하는 문제를 윗분과 상의해 보겠네"라고 말한 다음 감감무소식이기 일쑤였다.
그런 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마침내 내가 사표를 내자 그가 말했다.
"여기 앉아 회사를 그만두려는 이유에 대해 말해 보게. 나는 자네가 무슨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려는 지 꼭 알아야겠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상사가 했던 약속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짐은 달랐다.
내가 새로운 직장에서 처음으로 맡은 업무 중 하나는 세일즈 프리젠테이션에서 맡은 핵심 부분을 암기하는 것이었다.
어느 금요일, 짐은 다음 주 화요일 정오에 전화를 해서 확인할 테니 그때까지 내가 맡은 부분을 다 외우라고 말했다.
전화 회의를 하는 이유는 그의 사무실이 내가 근무하는 곳과 1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우리가 직접 만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그가 약속했던 다음 주 화요일 정확히 12시에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존, 나는 자네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네."
나는 그야말로 깜짝 놀랐다.
나는 그가 약속대로 전화를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년간 그를 겪어 보았지만 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짐이 자신이 무언가를, 혹은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가 정말로 그렇게 할 것임을 믿어도 좋다.
그는 정말 그런 사람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팀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협동과 신뢰 구축 같은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주입시킨다.
물론 그런 아이디어는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약속한 것을 지킴으로써 서로를 지지할 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그 모든 아이디어와 동일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조직에서 누군가가 약속을 지킬 때, 그것이 놀라움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약속, 동료 간의 약속, 기업과 시장 간의 약속 등등 자신이 약속한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를 이런 식으로 대할 때 굉장한 일이 벌어진다.
《아웃스탠딩   p.65~67》
정진홍 -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동이 트려면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야 한다.
그때가 여명이요 미명이다.
정말 어둡다. 하지만 그것을 지나면 밝음이 몰려온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미 어둠은 밝음을 잉태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페르돈 고개에서 그 밝아옴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나는 땅속으로 땅속으로 가장 차디찬 밑바닥으로 떨어졌었다.
단지 추운 것이 아니라 온몸이 얼어붙고 핏속까지 얼어버려 모든 순환이 정지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어이 동이 트고 이내 얼었던 것이 녹고, 나는 살아 있었다.
그 순간 정밀이지 모든 게 용서가 됐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페드론perdon은 '용서'라는 뜻이다.
영어의 '파든pardon'과 어원이 같다.
'용서'라는 이름의 페르돈 고개 위에서 나는 또다시 울어야 했다.
그토록 스스로를 몰아세우듯 살아온 세월과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물론 스스로를 몰아세우듯 살아온 그것이 나 자신을 깨어 있게도 했겠지만 또 한편으론 얼마나 힘들었겠나.
내 인생이. 이 지독한 주인 만나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힘들다. 우리는 대체 스스로를 제대로 용납하지도 않으면서 용서하지도 않는다.
언뜻 보면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처럼 보일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결국 스스로를 옥죄고 불행하게 만든다.
스스로를 용서한다는 것은 지나온 나날 속의 모든 회한과 후회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그때 왜 그랬지?" "어째서 그렇게밖에 못했지?"라는 오래 묵은 자책에서 스스로를 사면하고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없이는 삶이 더이상 숨 쉬기 힘들 테니까.
지미 카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56세라는 창창한 나이에 미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후 고향인 조지아 주 플레인스의 땅콩농장으로 돌아가 한동안 후회와 회한에 포박당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아직 내 삶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
"인생이란 점점 확대되는 것이지 축소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늙는 것이 아니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그는 이미 스스로를 용서한 것이었다.
그리고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비록 현직 대통령일 때는 재선에도 실패한 무기력한 존재였지만 퇴임 후에는 그 어떤 자리에 있을 때보다도 심지어 미국 대통령직에 있을 때보다도 더욱 빛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스스로를 용서한 덕분이었다.
다시 제대로 살고자 한다면 누구나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 왜 '용서'라는 이름의 페르돈 고개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고개를 힘겹게 넘으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오래 묵은 자책의 울타리를 치워버리는 순간 삶은 새로운 호흡으로 가득 차게 된다.
밤을 세워서 그 '페르돈(용서)'의 고개를 넘도록 이끈 신의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p.96~97》



사춘기의 특징이 '반항'이라면 사추기의 특징은 '우울'이다.
여성들의 경우엔 '폐경기'를 전후해서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향이 적잖다지만 남자들의 경우엔 사회적 활동이 축소되거나 정지되면서 급격히 우울해지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더이상 올라갈 일은 없어 보이고, 내리막만 있는 것 같으니 의욕도 안 나고 살맛도 없어지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지고 작은 일에도 삐치기 일쑤인 좀팽이가 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 여성화, 중성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소리 없이 스며드는 자기 인생에 대한 허무감과 좌절감 때문이리라.
요즘 같은 벌거벗은 세태 속에선 집안 가장의 효용가치는 그가 회사를 다니든 장사를 하든 돈푼깨나 집안에 들여다놓을 때뿐이다.
그것이 끝나면 가장은 가장 불필요한 존재, 가장 거추장스러운 실제로 전략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년의 사내에겐 마음 한구석에 들어찬 응어리처럼 물음 하나가 툭 하고 불거진다.
'이제 나는 잉여인간인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며 내가 만난 이들 중에는 사추기의 남자들이 적잖았다.
아니 어쩌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대개의  중년들은 사추기의 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다. 아니 외치고 싶다.
우리는 잉여인간이 아니라고! 우리는 인간이라고!
삶은 효용가치로만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삶은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돈을 못 벌어도, 무대 위에 남보란 듯이 서지 못해도 괜찮은 거라고!
그저 오늘을 내일을 하루하루 정직하게 묵묵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멋진 것이라고!
정말이지 꼭 말해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논어』가 참 무서운 책이다.
그 첫 구절이 이렇지 않은가.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친구가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그 또한 군자라 불릴 만하지 아니한가.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그렇다. 『논어』의 첫 구절은 인생을 압축해 담고 있다.
젊은 시절 배움의 즐거움, 왕성한 사회활동 시기의 교류의 기쁨, 그러나 인생 중년 이후 말년에 이르기까지 더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고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고 분 내지 않으며 스스로 자족하며 사는 삶이야말로 군자의 모습이란 것이다.
꼭 군자가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삶이란 어차피 홀로 가는 외로운 길이다.
남들은 더불어 가는 길, 함께 가는 길이라 말들 하지만 결국 삶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길이다.
그것을 외롭다 할 수 없다.
그것을 슬프다 할 수 없다.
그것이 인생이니까.
이것을 알면 정지통, 멈춤통, 좌절통으로서의 사추기도 봄눈 녹듯 사라진다.
아니 이제 인생도 사추기를 넘어 더욱더 드넓은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추기의 남자들 특히 어깨 처진 가장들에게 그래도 가장 힘이 되어줄 이는 역시 아내와 자식들이다.
불쌍하게 여기고 안아주라.
어깨 좁아진 아빠에게 한번 힘내라고 안겨보라.
15년 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하고 부르던 그 노래를 다시 불러줘야 할 때가 이미 코앞에 닥쳤다.
아니 지금이다.
자, 사추기의 남자들이여! 한 번 더 힘을 내자!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p.243~249》
스티븐 홀 - 무엇이 그들을 지혜롭게 했을까
간디가 말했듯, 겸손은 측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몇몇 연구원들은 겸손을 측정하려는 대담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길을 이끈 것은 물론 심리학자드과 행동경제학자들이다.
2007년에 펜실베이니아대학 SMEAL의 두 경제학자는 기업의 성가와 CEO가 가진 나르시시즘 성향 간의 상관관계를 탐구하기로 했다.
이 파악하기 어려운 자질을 다루기 위해 도널드 햄브릭Donald C. Hambrick과 아리지트 차터지Arijit Chartterjee는 CEO의 자아의 크기를 산정해내기 위해 회사 문서에 실린 리더의 사진 크기, 인물 소개 길이, 기업의 언론 배포 자료에 CEO가 언급된 빈도, CEO가 인터뷰에서 1인칭 단수(나, 나를, 나의 것, 나의, 나 자신)를 사용한 횟수 등과 같은, CEO가 지닌 기업가로서의 허영심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목록화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내용을 2008년의 금융패닉과 2009년 임원들이 받은 과다한 보너스라는 두 가지 프리즘을 통해 다시 읽어보면, 햄브릭과 차터지의 발견은 오싹할 정도로 유용하다.
즉 나르시시스트 CEO들은 매우 탐욕적이며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사업전략을 극과 극으로 바꾸는 것은 마치 기업계의 드라마퀸과 같았다.

"CEO의 나르시시즘은 극단적으로 변덕스러운 회사 성과와도 관련되어 있다. 다이나믹하고 거대한 전략을 추구하는 성향의 나르시시스트 CEO들이 (회계와 주주이득을 기준으로 측정한 바에 따르면) 덜 나르시시즘적인 경쟁자들에 비해 더 큰 승리 혹은 더 큰 손실을 내곤한다."

나르시시스트 CEO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한 이는 경영학자 짐 콜린스 Jim Collins다.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기사에서 볼 수 있는 콜린스의 발견은 어느 의미에서 간디에게서 찾을 수 있었던 역설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5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비즈니스 리더들은 겸손과 강렬한 직업적 성취 의지를 모두 갖고 있다.
서로 역설적인 관계에 있는 두 개의 자질을 모두 지닌 중역들은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바꾸는 촉매제와 같다.
또한 겸손하지만 위대한 비즈니스 리더들과 관련된 자질들 가운데는 대중의 찬사를 받는 걸 꺼려하는 것도 포함된다.
즉, 개인적 카리스마보다 조직의 기준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보인다는 것이다.
회사는 더 큰 야망에 개인적 야망을 종속시키려는 의지,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는 동시에 남들과 공치사를 함께 나누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
콜린스가 "우리 사회에서는 종종 호들갑스럽게 자기 중심적 리더가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다"고 밝혔을 때, 그는 이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발견을 통찰한 셈이다.
일부 현대 심리학자들은 한계를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겸손을 지혜의 최종적 정수이자 정의와 같다고 여긴다.
이 주제를 확장한 1990년 논문에서 역사학자 존 미첨John A. Meachum은 "지혜의 본질은 지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태도로 알기와 의심하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엇이 그들을 지혜롭게 했을까   p.182~185》




 

[책소개]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8가지!
소크라테스부터 벤저민 플랭클린까지 현인들이 인생의 지혜를 찾은 8가지 방법『무엇이 그들을 지혜롭게 했을까』.
과학저널리스트 스티븐 홀이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지,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현자들의 삶의 철학과 그들이 남긴 명언을 되새기면서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B.C 5세기 성경에 나타난 지혜에 관한 기록부터 불교와 기독교, 도교, 그리스 철학자들과 현대의 철학자들, 그리고 뇌과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서로 각기 다른 자신의 시대와 맥락 속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의 언어로 표현한 지혜? 요소들을 두루 분석했다.
이를 통해 ‘감정조절, 가장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도덕적 선택, 연민, 겸손, 이타심, 인내심, 융통성’이라는 인간을 지혜롭게 하는 8가지 요소를 통찰해낸다.
 
[저자소개]
저자 : 스티븐 홀
저자 스티븐 홀은 컬럼비아대학 언론대학원에서 과학저널리즘을 지도하고 있는 스티븐 홀은 베테랑 과학저널리스트로서 지난 30여 년간 다수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은 선구자Invisible Frontiers』와 『불멸의 상인Merchants of Immortality』등을 비롯한 저서를 출간했으며 대부분 <뉴욕타임스> 북리뷰 ‘올해의 주목할 책’에 선정되었다.
최신작 『무엇이 그들을 지혜롭게 했을까』는 2007년 <뉴욕타임스>의 커버를 장식했던 그의 기사 ‘어떤 사람이 현명하게 성장할지 과학적으로 알 수 있을까?’를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홀은 이 책에서 뇌과학, 철학, 심리학을 통섭하며 증명하기 어려운 ‘지혜’라는 키워드를 풀어내었다.
진정한 지혜란 무엇인지, 어떤 요소들을 통해 인간이 좀 더 지혜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티븐 홀은 현자들의 인생과 명언, 철학과 인문 분야의 명구를 토대로 연민, 겸손, 이타심, 감정조절 등 인간을 지혜롭게 하는 8가지 요소를 추출했다.
그리고 이를 뇌과학, 심리학 실험과 증명자료를 통해 풀어냈다.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통찰이 담긴 이 책은 각종 과학 매체와 관련 전문가들로부터‘인간의 지혜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라는 찬사를 받았다.
스티븐 홀은 LA타임스의 북리뷰 상, 윌리엄 콜리 상, 전미 과학분야 저자 연합회에서 주는 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역자 : 김소희
역자 김소희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출판기획 및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위험한 생각 습관 20》《인코그니토》《2012 신들의 귀환》《심리학, 사랑을 말하다》《뇌, 1.4킬로그램의 사용법》《양복을 입은 원시인》《쇼크 독트린》《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분석의 기술》《분석으로 경쟁하라》《스무살에 배웠더라면 변했을 것들》등이 있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1부 지혜를 정의하다
1장 지혜란 무엇인가
ㆍ우리 각자의 지혜에 대한 정의
ㆍ세계적 현자들을 통해 본 지헤의 의미
ㆍ환원주의의 렌즈로 지혜를 엿보다
ㆍ철학에서 지혜의 탐구를 시작하는 이유
2장 지혜의 철학적 기원
ㆍ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
ㆍ축의 시대-소크라테스, 공자, 부처의 지혜
ㆍ소크라테스, 토론과 심사숙고를 거듭하는 이성적 지혜
ㆍ공자의 인, 삶을 안내하는 근본 원리
ㆍ부처의 깨달음, 모든 욕망으로부터의 해방
ㆍ신으로부터 받은 신성한 선물이었던 지혜
ㆍ인간 존엄성으로의 회귀, 르네상스 시대의 지혜
3장 지혜의 심리학적 뿌리
ㆍ에릭 에릭슨, “지혜는 인간 발달의 최고 형태”
ㆍ비비안 클레이턴, 지혜의 측정을 시도하다
ㆍ정신과 마음 모두에 존재하는 지혜
ㆍ모든 지혜연구의 뿌리가 된 클레이턴의 시도
ㆍ딜레마를 이용해 지혜를 연구한 폴 발테스
ㆍ베를린 지혜 프로젝트가 남긴 빛과 그림자
ㆍ역경을 극복하는 지혜, 모니카 아델트의 3D-WS

2부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8가지 요소
4장 감정조절
ㆍ나이가 들수록 감정의 혼란을 극복하는 힘이 생긴다
ㆍ부정적 경험을 반추하고 성찰하라
ㆍ카르페 디엠! 순간을 즐기는 현명함
ㆍ감정균형,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대화
ㆍ진화적 관점에서 본 노인들의 존재 이유
5장 가장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ㆍ당장의 20달러와 미래의 40달러, 둘 중 현명한 선택은?
ㆍ현명한 선택도 학습할 수 있다
ㆍ선택에 확신을 갖게 하는 신경기제
ㆍ직관적 선택이 심사숙고한 결정보다 더 나을 수 있다
ㆍ사람마다 현명함의 기준이 다르다
6장 도덕적 선택
ㆍ도덕적 선택이 생물학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면?
ㆍ도덕적 잘잘못을 알려주는 신체의 신호
ㆍ트롤리 딜레마, 누구를 죽게 할 것인가
ㆍ트롤리 실험의 몇 가지 함정
ㆍ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공리주의 VS. 개인의 이익
ㆍ코끼리 조련사와 같은 지혜의 역할
7장 연민
ㆍ지혜에 기여하는 연민의 특별한 가치
ㆍ연민명상을 수행하는 승려의 두뇌를 스캔하다
ㆍ행복을 찾는 과정, 연민
ㆍ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추론하게 하는 거울뉴런
ㆍ연민은 학습할 수 있는 감정일까?
8장 겸손
ㆍ간디의 인생을 통해 깨닫는 겸손의 힘
ㆍ어떻게 겸손해질 수 있을까?
ㆍ탁월한 리더는 열정적이지만 겸손하다
ㆍ역사상 가장 훌륭했던 링컨 연설의 비밀
9장 이타심
ㆍ처벌, 이타주의의 또 다른 이름
ㆍ유전자는 정말 이기적일까?
ㆍ협력은 섹스, 약물중독과 같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ㆍ미식축구리그의 성공에서 보는 공정함의 가치
ㆍ이타적 처벌, 공평함, 효율성의 신경 생물학
ㆍ이타적 처벌과 공공재의 문제
ㆍ이기적이었던 솔로몬 왕의 최후
10장 인내심
ㆍ세이렌의 노래와 오디세우스의 욕망
ㆍ아인슬리의 ‘시간 간의 할인’ 실험
ㆍ사람들은 눈앞의 보상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ㆍ인내심, 열정과 이성의 끝없는 전쟁
ㆍ인간의 충동성을 예측하는 준쌍곡형 시간할인 함수
ㆍ최고의 지혜는 인내와 충동의 균형에 있다
11장 융통성
ㆍ규칙이 바뀐 게임에서 챔피언은 다시 승리할 수 있을까?
ㆍ공자의 가르침에서 배우는 지혜의 맥락적 성격
ㆍ우리 사회의 이성적 측면을 설계하는 뇌, 전전두피질
ㆍ균형을 판단하는 신경학적 요소
ㆍ이성과 직관,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지혜

3부 삶에서 실천하는 지혜
12장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지침
ㆍ벤저민 프랭클린의 아버지
ㆍ위대한 리더를 키워내는 교육법
ㆍ최고의 일터를 만드는 네 가지 조건
ㆍ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수긍의 지혜
ㆍ대중을 지혜롭게 하는 정치의 힘


[책속으로]
심리학자 조지 아인슬리는 1960년대 비둘기 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선택의 생물학을 밝혀냈다.
그는 우리가 현재보상과 미래보상을 저울질할 때 우리 뇌 안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양자택일을 조명하기 위해 오디세우스의 사례를 들었다.
이는 이른 바‘시간 간의 흥정’으로 알려진 과정이다.
오디세우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딜레마는 두 개의 상충하는 이익 간에 벌어지는 양극단의 격렬한 싸움이다.
동시에 이는 철학자, 심리학자, 신경과학자, 그리고 경제학자들을 오랫동안 매료시켰던 시간에 따른 이득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욕망대로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것은 단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하지만 노래를 듣지 않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미래의 행복을 보장하는 장기적인 이득이다.
상식적으로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노래를 듣고 싶은 마음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충동이기 때문에 문제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에는 신경학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깔려 있다.
인내심 P219

현명하다고 여겨진 사람들이 종종 어리석고 사악한 짓을 저지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스턴버그는 아돌프 히틀러와 조지프 스탈린 같은 사람들이 자신이 세운 지적 기준을 통과한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그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지적이며 사회적으로 기민하고 자기 아이디어를 현실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하지만 또한 괴물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정말로 위대한 리더들과 그렇지 못한 리더들을 구별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간디와 마틴 루터 킹, 테레사 수녀와 넬슨 만델라 같은 사람들을 살펴봤습니다. 만일 그들의 아이큐를 스탈린과 히틀러, 마오쩌둥과 비교한다면 크게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위대한 리더들을 차별 짓는 요소는 지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척도에서 빠진 요소가 바로 자신의 지혜를 공동선을 위해 사용하는 능력이었음을 깨달았다.
스턴버그가 최근 한 말은 이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입니다.”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지침 P261

 
[출판사 서평]
세계의 현인들은 어떻게 지혜로울 수 있었을까?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8가지 요소를 통찰하다!
19세기 중반 트렌디한 복장으로 런던 번화가를 활보하던 간디는 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루한 사리를 걸친 채 살아가기로 한 걸까?
공자는 어떤 이유로 후대에 길이 남을 정치철학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실업자일 수밖에 없었던 걸까? 현자들의 인생에서 깨닫는 진정한 지혜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지혜로워질 수 있는 걸까?
이 답을 찾기 위해 베테랑 과학저널리스트 스티븐 홀은 B.C 5세기 성경에 나타난 지혜에 관한 기록부터 불교와 기독교, 도교, 그리스 철학자들과 현대의 철학자들, 그리고 뇌과학자와 생물학자들이 서로 각기 다른 자신의 시대와 맥락 속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의 언어로 표현한 지혜의 요소들을 두루 분석해 뇌과학 및 심리학을 아우르는 통섭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감정조절, 가장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도덕적 선택, 연민, 겸손, 이타심, 인내심, 융통성’이라는 인간을 지혜롭게 하는 8가지 요소를 통찰해냈다.
철학자와 신학자, 현대의 과학자들이 탐구해온
지혜의 원천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인류의 오래된 갈망을 해소하다!
“여러분은 지혜, 진실, 영혼의 향상에 대해 무심한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그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은 게 정녕 부끄럽지 않나요?”
-소크라테스

저자 스티븐 홀은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지,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 현자들의 삶의 철학과 그들이 남긴 명언을 반추하는 것으로부터 탐구를 시작한다.
소크라테스 재판의 진실, 아이의 진짜 부모를 가려낸 솔로몬의 현명함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잔악함과 이기심, 영국 최고의 댄디가이였던 간디의 학창시절,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으로 여긴 채 죽어간 공자의 비극적 삶 그리고 ≪잠언≫과 ≪논어≫ 및 각종 인문, 철학 서적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현자들의 인생 면면과 희대의 철학가들이 남긴 지혜에 관한 기록을 추적하는 작업을 통해 그들의 현명함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는지를 고찰했다.
한편 철학자 칸트는 “지혜로 통하는 문은 과학에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저자는 철학자들과 현대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지혜’라는 키워드로 수렴되는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앞서 분석한 철학적 계보와 마찬가지로 지혜를 연구한 과학자들의 연구 계보를 따르며 실험에 입각한 경험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분석한다.
인간의 충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 준쌍곡형 시간할인 함수, 이성과 직관 그리고 감정에 관여하는 각종 두뇌 영역의 작동 메커니즘,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추측하게 하는 거울뉴런 연구결과 등을 살피며, 과연 우리는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지는 것인지, 정말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보다 지혜로워지는 것인지, 또 왜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도록 진화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고찰한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분해하고 해체하는 저자의 각고의 노력은 ‘감정조절, 가장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도덕적 선택, 연민, 겸손, 이타심, 인내심, 융통성’이라는 지혜의 8가지 조건을 통찰해내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을 지혜롭게 만드는 8가지 요소]
감정조절 : 열정적 감정과 초연함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오랫동안 현명한 행동과 리더십을 가능하게 하는 자질로 여겨져 왔다.
일례로 헤라클레이토스는 “침착함이 최고의 선이다.”라는 말로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책을 멋지게 써 낸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판단하는 능력 :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에서 개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신경경제학 분야의 선구자인 폴 글림처가 2007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개인들은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평가하는 나름의 주관적인 방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방식이 일관적인 사람은 지혜롭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도덕적 선택 :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마크 하우저 교수는 도덕적 판단이 뇌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도덕적 선택은 비단 양심의 문제만이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온 우리의 본능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본성을 따르는 선택과정이 지혜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ㆍ연민 : 연민은 지혜를 정의하기 위한 현대 심리학적 개념에 필수적인 요소다. 긍정적인 삶과 더 큰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티베트불교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연민’이라는 뜻의 ‘체와tsewa'가 반드시 타인을 대상으로 한 단어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민은 행복을 찾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겸손 :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5년간의 연구과정을 통해 비범한 능력을 지닌 비즈니스 리더들이 겸손과 강렬한 직업적 성취의지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대중의 찬사를 받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점, 개인적 카리스마보다 조직의 기준을 강조하는 리더십, 실패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는 동시에 남들과 공치사를 함께 나누는 겸손함은 탁월한 리더들이 가진 공통점이다.
이타심 : 이타심은 공자가 말하는 선의 핵심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예언자 모하메드의 가르침에서, 밀레투스의 현인과 유대-기독교 전통에서도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덕목이다.
이러한 고대 주장들은 놀라운 생물학적 함의를 가진다.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곤충이 이타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타심은 종족에 생존우위를 부여하는 특질인 것이다.
ㆍ인내심 : 소크라테스는 임종의 자리에서까지 육욕적 타락을 걱정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인내심은 지혜의 동료’라는 인생의 철학을 갖고 있었다.
충동성을 예측하는 ‘쌍곡형 할인곡선’을 발명한 심리학자 조지 아인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장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최우선 요소라고 말한다.
융통성 : 현명한 행동을 위해서는 지혜가 맥락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공자가 아끼던 제자 자로가 그에게 질문했다.
“격언을 들으면 당장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한 사례를 찾아야하는 것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너의 아비와 형제가 살아있다. 그런데 어떻게 격언을 들을 때마다 즉각 실천에 옮길 수 있겠느냐?”
하지만 염구가 같은 질문을 하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듣자마자 즉각적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공자는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자로는 선을 행하는 것에 대해 열정적이다. 그래서 뒤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염구는 다소 주춤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나서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딜레마의 상황에서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책에는 우리가 지혜를 발현해야 하는 몇 가지 딜레마의 상황이 제시된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현명한 판단의 기준을 세워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인간을 지혜롭게 하는 8가지 원칙 중 하나인 ‘도덕적 선택’에 해당하는 딜레마의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과연 우리는 어떻게 도덕적 당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일까?

● 상황1_ 오누이가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어느 날 둘은 합의하에 성관계를 갖기로 한다.
여동생은 피임약을 복용중이고, 남자는 콘돔을 사용한다.
둘 다 성관계를 가져 즐거웠다고 말했지만 두 번 다시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둘만이 아는 비밀로 했다. 당신은 이 상황이 도덕적으로 성립될 수 있는 올바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가? 피임을 했으므로 임신 가능성은 없다.
감정적 상처도 없었다. 또한 비밀로 하기로 합의했으므로 사회적 평판이 나빠질 가능성도 없다.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잘못되었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를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 상황2_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 기찻길 위의 트롤리(토공 및 터널 공사 현장 등에서 굴착한 흙을 운반하는 차)가 있다.
이 트롤리는 곧 5명을 칠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위치를 당겨 트롤리를 가장자리 트랙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행동은 불행히도 5명을 구하는 대신 1명을 치어 죽일 것이다.
당신이 이러한 결정에 직면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5명의 죽음을 방관하겠는가, 아니면 1명의 죽음으로 5명의 목숨을 구하겠는가?
반면 스위치를 당기는 것이 아니라 당신 옆에 서 있는 거구의 남성을 밀어 트롤리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도덕철학자 레온카스는 상황1에서 느낄 수 있는 설명할 수 없는 혐오의 감정은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는 몸과 마음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즉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도덕적 관념을 추구하도록 진화되어온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편 상황2에서처럼 결과적으로 1명을 죽여 5명을 살리는 같은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위치를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며 도덕적으로 잘못된 점이 없다고 여기지만, 옆의 남자를 직접 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에는 선뜻 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각 상황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저자 스티븐 홀은 이처럼 지혜의 8가지 조건을 설명하는 각 장마다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상황을 인지하고 지혜로운 행동방향을 설정하는지를 연구한 각종 뇌과학적, 심리학적 연구 결과들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철학과 과학이 한 곳으로 수렴하는 결과를 도출해 지혜에 대한 기존의 관념적 정의를 확인함과 동시에 상식을 파괴하는 정보를 누리는 즐거움의 묘미를 선사한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
이제 우리는 지혜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저자가 풀어내는 ‘지혜’의 정의는 비단 추상적인 딜레마 상황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마주한 일상의 생활에서 지혜롭게 행동하기 위한 지침들을 제시했다.
이는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뉘어 있다.
위대한 리더를 키워내는 교육법, 최고의 일터를 만드는 네 가지 지혜,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수긍의 지혜, 대중을 지혜롭게 하는 정치의 힘이 그것이다.
이 중 특히 정치에서의 지혜를 풀어낸 부분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함의하는 바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07~2008년 미국 대선 예비시즌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몇몇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이 정치적 문제에 심사숙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리학자들과 신경과학자들을 고용했다고 한다(보도에 따르면 정치인 존 에드워드, 미트 롬니, 조지 W. 부시가 이들을 고용했다).
이들은 캠페인 연설, 플랫폼, 특정 선전문구에 따른 인간의 두뇌반응을 연구해 정치적으로 유권자들의 이성이 아닌 잠재의식에 호소하는 법을 알아내었다.
이 결과를 이용해 몇몇 후보들은 그들의 연설문과 상대 후보의 비난에 유권자들의 잠재의식을 혼란시킬 수 있는 교묘한 코드워드(표면적으로는 온당하지만 공격적 의미를 숨긴 말 혹은 완곡한 표현)와 억양을 사용했다.
이처럼 우리를 세뇌하는 정치인들의 교묘한 술수에 당하지 않고, 유권자로서의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결국 답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에서 자기만의 확고한 지혜에 대한 기준과 정의가 필요하다는 명제로 통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각 개인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혜에 도달한다.”는 철학자 몽테뉴의 말과도 맥락을 같이 하며, 바로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저자는 “지혜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 더 넓은 외부 세계가 맺고 있는 관계성에 대해 반추하게 만든다.
부지런히 골몰한다면, 그리고 행운이 따른다면 그 두 가지를 어떻게 현재보다 개선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 지혜다.”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외부 세계에 대한 결정과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되는 철학적, 과학적 사고의 도구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각자의 지혜를 찾는 여정에 이정표를 제시한다.
독자는 무형의 존재인 지혜를 분명하고 실체적인 어떤 것으로 만들고자 한 저자의 시도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좀더 나은 인생의 지혜를 구하는 자신만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보내는 찬사
“스티븐 홀은 철학자들과 신학자들과 현대의 과학자들이 탐구해온 지혜의 원천을 예리하게 통찰해 인류의 오래된 갈망을 해소했다. 이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책이다.”
-셔윈 눌랜드, 예일대학 의과대학 교수

“이 책은 우리의 뇌에서 지혜가 발현되는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조지프 르두, 뉴욕대학 신경과학센터 교수

“노련한 과학 저널리스트의 안목을 가진 스티븐 홀은 우리를 신나는 학제적(學際的) 여정으로 안내한다. 현대과학, 역사, 철학을 훌륭히 융합해낸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홀은 인문학과 신경과학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은 탁월한 정신적 균형과 이해의 재주를 보여준다.”
-<포스트 앤 커리어>

“이 책은 인간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골든 티켓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스마트한 뇌 과학을 실컷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솅크,『데이터 스모그』의 저자

“이 책 내용 중 일부에 의문을 품을 수는 있어도 전체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이클 가자니가,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교수

김난도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어느 강연에서 삶을 스마트폰에 비유한 적이 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깔수록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해지는 스마트폰 말이다.
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이 손 안의 스마트폰은 자유자재로 보면서, 정작 '삶'이라는 스마트폰으로는 통화만 하려 든다고 야단치면 뜨끔해하는 눈치다.
개인적으로 이 스마트폰의 비유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 아이디어는 실은 니체의 책을 읽다가 떠올린 것이다.
니체식으로 표현하자면, 모든 인간은 어떤 초월적인 가치를 지닌 완성체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니체는 초인Ubermensch 사상으로 유명한데, 초인은 산에서 득도하고 내려운 도인이나 하느님 같은 절대자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개별적 가능성'을 말한다.
니체가 보기에 "인간은 그 초월적 가치를 완성하기 위하서 매순간 자신의 삶을 부단히 극복하려는 실존적 결단을 내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 가장 아름다운 궁극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 모습에 조금씩 다가가기 위해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와 싸우며 노력하고 있다.
뜻은 무척 좋은데 표현이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스마트폰을 예로 든 것이다.
스마트폰이든 니체든, 내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하나다.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자기가 되도록 노력하라."
그러므로 당신의 삶은 가치가 있다.
비록 세상을 뒤집어놓을 큰 변화를 만들어내진 못하더라도, 조금씩 더 새로운 '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렇게 최선의 '나'가 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초인의 모습은 어느 순간 한 방에 이룰 수 있는 성취가 아니다.
초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노력들 속에 있다.
남들의 인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책임은 나다.
그러니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연봉이나 직위, 혹은 자식이나 배우자의 성공이 아니다.
내가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면서 더 풍요한 존재가 되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평판이 아니라, 나라는 이름의 초인에 끊임없이 다가가려는 시도들이 나의 가치를 만든다.
우리는 우리가 시도하는 그 무엇이다.
그 시도는 항상 '조금씩'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매일' 조금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행복은 절대자가 아니라 점증분으로 결정된다.
어떤 절대적 기준치만큼 가져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 더, 기대보다 조금 더 가질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어떻게 하면 더 중요한 나를 만들 수 있을까?
풍요는 '가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소유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소유물은 언제든지 잃어버릴 수 있지만 경험은 내 존재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누구도 빼앗지 못한다.
많이 체험하고 배우면서 성장해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풍요다.
당신의 삶은 가치 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랑받을 수 있는, 당신은 가치 있다.
당신의 사명에 다가서며 남들을 돕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당신은 가치 있다.
좀더 완성된 자신을 위해 조금씩 배우고 경험해가는, 당신은 가치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p.92~94》


"병이 있어야 오래 산다."
'병이 있어야 오래 살 수 있다'는 역설이 현실에서 종종 맞아 떨어지는 것은, '결핍이 가져다준 겸손함' 때문일 것이다.
지병은 몸 앞에 겸손을 가르친다.
꾸준한 관리를 실천할 수 있게 한다.
지병은 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은 '직접' 그리고 '지금' 겪지 않으면 학습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누구나 꾸준한 자기 관리가 건강의 관건임을 알면서도, 당장 아프지 않으면 실천하지 못한다.
'나는 아직 건강하다'는 자만이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나태를 부르고, 기거이 큰 병으로 이어지고 만다.
하지만 당장 아픈 곳이 있으면 어느 정도 자신을 채근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면 이는 꼭 건강에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닌 것 같다.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인과율이랄까?
다시 말해서 지병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겸손함의 원천이라면, 결핍은 탁월한 성취를 위한 분발의 계기가 된다.
물론 결핍이 열등감이 되어 비뚤어진 심성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반면에 그 결핍을 인정하고 자신의 생애 앞에 겸손해질 줄 아는 사람은 더 높은 삶의 성취를 이룬다.
남들에 비해 나만 모자라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드는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결핍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짊어지고 가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은 분명히 궤도를 달리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겸허하게 시련에 맞설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확연히 넓고 깊어진다.
삶은 겸손해질 줄 아는 자들에게 분명 '제2의 인생'을 선물해준다는 것을 기억하라.
고졸 학력으로 OB맥주 사장직에 올라 학벌 극복의 입지전을 쓴 정인수대표는 인터뷰에서 부족함이 자신을 키웠다고 말한다.
"저는 남보다 모자란 게 많은 고졸 출신이라 더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에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선 '더'가 더 많이 필요했죠. 그만큼 더 긴장하고 더 노력하면서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정대표뿐만이 아니다.
자기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인터뷰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 조건이나 재능의 열세, 인종 차별 같은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남보다 훨씬 더 노력했고, 그 노력이 결국 그를 현재의 그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건강이든 성공이든, 결국 열쇠는 자신의 결핍을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아닐까?
지병이나 약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꾸준히 자기를 관리해가는 겸손함, 삶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리진다 싶을 때, 우쭐하지 않을 수 있게 경보음을 삐삐 울려주는 과속 방지 같은 겸손함.
종종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더 큰 해악이 된다.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요즘은 결핍이 결핍되어 있다.
그대의 지병은 무엇인가? 당신의 결핍은 무엇인가?
그것을 겸손함으로 감싸 안아라.
그때 비로소 그대의 지병과 약점은 장수와 성공의 장해가 아닌 비결이 된다.
나는 오늘도 마음에 쓴다.
병이 있는 사람은 장수하고, 약점이 많은 사람이 성공한다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p.266~268》




[책소개]
흔들리며 어른의 문턱에 선 이들에게 보내는 란도샘의 가슴 벅찬 인생 멘토링!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청춘의 불안을 지나 세상 속에서 뜨거운 볕을 맨몸으로 견디며 흔들리고 있는 어른아이들,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당신은 어른입니까”라는 질문의 무게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학교를 떠나 사회에 나가 겨우 어른 되기를 시작할 때의 그 흔들림, 사회초년생들이 힘겨워하는 문제와 딜레마 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함께 고민한다.
조금은 흔들려도 괜찮다고, 지금의 흔들림은 지극히 당연한 어른 되기의 여정이라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어른의 흔들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러므로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너무 많이 아파하지도 말라는 것, 삶이 나를 거칠게 흔들 땐 꼿꼿이 버티다가 나가떨어지거나 부러지기보단 함께 흔들리며 한 뼘씩 성장하고 새로워지는 것이 진짜 어른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독실한 신도가 몸을 접듯 간절하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되뇌어야 하는 주문, 그러다보면 어느덧 자신과 그 숙명을 바꾸어줄 주문이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임을 알고 주문을 외우며 꼭 하루씩만 살아낼 것을 강조한다.
더불어 고독은 힘의 샘이므로 외로움을 사랑하고, 준비나 자신감이 확실해지는 시점이란 영원히 없기 때문에 마음먹었거든 실행하고,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 때는 이 나라 전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힘을 내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난도 (金蘭都)
저자 김난도는 한국 출판역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에 오른 에세이『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란도샘’으로 알려졌고, 첫 에세이를 펴낸 후 강단을 넘어 대한민국 대표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태국, 대만, 이탈리아, 네덜란드, 브라질, 일본, 베트남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고, 중국 아마존닷컴에서 16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에세이 분야 최초로 출판계 한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997년부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평가하는 ‘서울대학교 우수강의’에 선정되고, 대학이 공식 수여하는 ‘서울대학교 교육상’을 수상한 ‘란도샘의 강의’는 서울대에서 가장 빨리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은 책으로 『트렌드 코리아』 『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등이 있다.
“겨우, 어른. 나이는 쉰에 가까워지고 겉으로는 선생 행세를 하지만, 속으로 갈팡질팡 자기 앞가림에 바쁜, 여전히 망설이는 어른아이.
법학도에서 고시생으로, 고시생에서 행정학도로, 행정학도에서 다시 소비자학자로, 끊임없이 인생의 진로를 바꾸며 종이배처럼 흔들리며 살았다.
지금은 서울대학교에서 소비 동향과 트렌드를 연구하는 교수이고, 가장 최근 변신의 결과물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이다.
더이상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여태껏 그렇게 흔들리면서 어른이 되어온 것이므로. 나는 아마도 영원히 흔들릴 것이다.
그 동요와 끝까지 함께 갈 것이므로. 그리고 그 동요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목차
프롤로그 이제, 흔들리며, 어른의 문턱에 선 그대에게_008

l 제1부 l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J에게―첫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너를 보내고_020
K군에게―잇단 취업 실패로 지친 그대의 기다림에 부쳐_028
리셋! 내 인생_040
우리는 어른일까_048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_058
어른의 트릴레마, 혹은 힘겨운 저글링_078
당신의 가치_085
인생의 하인리히 법칙_095

l 제2부 l 청춘, 세상에 나가다

내 인생의 반전드라마_100
너의 성공에 대비하라_110
떠나느냐 남느냐, 그것이 문제로다_115
첫 월급_124
일이냐, 돈이냐_128
성공의 비밀, 신발 정리_137
고독은 나의 힘_142
직선의 슬픔_146

l 제3부 l 만나라, 사랑하라, 그리고 살아가라

결혼의 조건_158
어른끼리 친구하기_174
섹스, 어른의 언어, 어렵고 슬픈_180
나라는 이름의 가면_186
엄마처럼 살기 싫었는데 자꾸만 엄마를 닮아가,
아빠처럼 되기 싫었는데 그렇게 되기도 쉽지가 않아_192
창살 없는 감옥에서 자기만의 왕국으로_203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_211
가족, 작은 말로 쌓는 탑_220

l 제4부 l 생의 반환점에 들어서려는 그대에게

인생이 아픔이었네_232
소비의 정글에서 살아남기_237
남의 눈_245
취미, 일생의 벗_252
결핍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_259
이제 인생시계는 던져버려라_269
아마추어로 산다는 것_277
소중히 쟁여놓은 외할머니의 빨간 내복_288
생의 반환점에 들어서려는 그대에게_292

에필로그 의자에 오래 앉지 못하는 남자의 작은 위로_298

주_304

 
[책속으로]
이제 겨우 어른이 되려는 흔들리는 그대여,
진짜 인생에 들어온 것을 연민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건투를 빈다.
_프롤로그에서

 
[출판사 서평]
200만 부 돌파를 앞둔 멘토링 에세이의 신화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후, 대한민국이 열광한 경청과 공감의 청춘멘토 ‘란도샘’이 돌아왔다!
“이제 겨우 어른이 되려는 흔들리는 그대여, 진짜 인생에 들어온 것을 연민으로 환영한다. 그리고, 건투를 빈다.”

대한민국에 멘토 열풍을 불러온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가 신작을 펴낸다.한국 출판 역사상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국내 판매 200만 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태국, 대만,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며 그 신화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그 돌풍의 주역 김난도 교수, 그가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지만, 청춘을 견뎌내고 사회에 나와도 아픔은 계속된다. 아니, 오히려 더 아프다.
대학 문을 나서 사회에서 자리를 잡기까지, 생물학적 나이로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어른아이’들이 겪는 아픔은 학창 시절의 아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픈데도 아프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며 일과 사랑, 가족, 인간관계, 자아실현 사이에서 힘겨운 저글링을 해야 하는 만만찮은 ‘어른의 삶’이 기다리는 것이다.
꿈과 현실, 가정과 직장, 고독과 자유…… 도무지 접점을 찾기 힘든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어른아이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내쳐진 우리는 과연 ‘괜찮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청춘의 불안을 지나 세상 속에서 뜨거운 볕을 맨몸으로 견디며 흔들리고 있는 어른아이들을 위한 ‘란도샘’의 가슴 벅찬 인생 멘토링이 시작된다.


“청춘아, 맘껏 흔들렸니? 이제, 시작이다!”
청춘, 세상에 나가다!

이번 신작에서 김난도 교수는 사회초년생들이 힘겨워하는 문제와 딜레마 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함께 고민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어른아이의 삶은 시련과 상처투성이다.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을 그만두고 ‘진짜 꿈’을 찾아가겠다며 축 처진 어깨로 찾아온 제자를 돌려보내고, 그는 편지를 쓴다.
아무래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했지?
황금 같은 대학생활을 다 바쳐 들어간 회사가 기대와는 전혀 다르다고……
자네는 왜 떠나고 싶은 걸까?
스스로를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봐. 업무가 너무 많아서 피곤한가.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가. 주어진 과업을 해내기에 능력이 부족한가. 직장 분위기나 시스템이 불합리한가.
동료나 상사 중의 몇 명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진상’인가. 고용이 불안정해서인가.
아니면 급여나 복지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인가.
자, 이제 다시 한번 물을게.
자네는 진정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너무 늦기 전에 회사를 떠나려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말한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떠나고 싶은데,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어릴 적 꿈을 떠올리는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비겁해. 자네를 믿었던 사람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비겁해. 반성하게, 꿈이란 그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니야.
회사는 견디기 힘들 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의 비전이 사라질 때 그만두는 거야.
_「J에게―첫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너를 보내고」 중에서


한편, 세상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어른아이들 중에는 이런 고민을 해볼 기회조차 없는 취업준비생들도 있다.
사회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취업 재수, 삼수생으로서 ‘청춘을 허비하는’ 아픔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김난도 교수는 용기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낸다.
K군은 사회가 거부한 것도, 무능한 것도 아닙니다.
아직 K군을 인정해줄 수 있는 세상과 K군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명심하세요.
바닥부터 출발하는 것이 비참한 것이 아니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비참한 것입니다.
K군, 실망은 하더라도 포기하진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달리느냐 넘어졌느냐가 아니라, 언제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용기를 가졌느냐입니다.
_「K군에게―잇단 취업 실패로 지친 그대의 기다림에 부쳐」 중에서


이 밖에도 섹스, 월급, 이직, 연애, 결혼…… 어른의 삶에는 무수한 화두와 갈림길 들이 출몰한다.
사회에서 ‘동료’가 아닌 ‘친구’를 만들려다간 뒤통수 맞기 십상이라는데, ‘어른끼리 친구’하는 게 정말 가능할까?
결혼은 언제, 어떤 사람과 해야 행복할까?
아니 결혼은 꼭 해야 할까? 어렸을 땐 안 그랬는데, 자꾸 남보다 더 서먹해지는 가족관계는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까?
이런 문제들에 대해 ‘란도샘’은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안정적이지만 갑갑했던 삶을 살다가 그간 손에 쥐고 있던 기득권을 놓아버리고 전격적으로 인생 ‘리셋’에 성공한 친동생의 사례를 들려주기도 하고, 갈팡질팡 헤매고 아파했던 자신의 ‘초보 어른’ 시절을 되새기며 각자 ‘나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조언한다.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 1미터를 갈 수 있는 애벌레가 죽기 전에 10킬로미터를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몸을 꿈틀거려야 할까? 아니다. 리셋해야 한다.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가야 한다.
연연하는 것을 놓아버리면, 삶은 가슴 벅찬 도전이 된다.
삶을 리셋하고 싶은가? 아직 늦지 않았다.
놓아라.
준비하라.
그리고 시작하라.
_「리셋! 내 인생」 중에서


이처럼 흔들리다가 지금 서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인생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또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을 택하든 김난도 교수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른의 흔들림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러므로 부끄러워하지도 말고 너무 많이 아파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삶이 나를 거칠게 흔들 땐 꼿꼿이 버티다가 나가떨어지거나 부러지기보단, 함께 흔들리며 한 뼘 더 ‘성장’하고 새로워지는 것이 진짜 ‘어른’이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천 번을 흔들려야 겨우 어른이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렇다면 ‘흔들려서 어른’이다.
그래, 조금씩 흔들려도 괜찮다.
나와 당신의 흔들림은 지극히 당연한 어른 되기의 여정이기에.
_「우리는 어른일까」 중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인생의 아픔과 좌절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르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그러나 흔들리다보면 길을 찾기도 전에 완전히 끝났다 싶어지는 좌절의 순간도 온다.
도무지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고, 내 안에 남은 생의 에너지도 희망도 완전히 사라진 것만 같은 순간.
김난도 교수는 이런 절대적인 좌절의 순간, 자신의 인생을 일으킬 마음의 주문으로 ‘아모르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를 꼽는다.
가난과 고독과 가족의 붕괴 앞에서 그에게 절박한 호소를 보내오던 한 여학생에게 들려주었던 말.
그리고 암에 걸린 어머니와 돈 걱정에 짓눌려 비뚤어져버린 형과 아버지 사이에서 가까스로 견디다 자신의 건강까지 상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싶습니다, 버티고 싶습니다, 버티고 싶습니다……’라고 울먹이던 한 남학생에게 눈물로 건넨 말, 아모르파티.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내는 것이다.
꼭 하루씩만 살아내자.
그러기 위해 반드시 외워야 할 주문이 있다.
독실한 신도가 몸을 접듯 간절하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되뇌어야 하는 주문이.
아모르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_「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 중에서

이번 신작에서 청춘 이후 좀더 복잡해지고 난감해진 ‘어른아이의 삶’에 건네는 그의 멘토링은 더 깊어졌고,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곡진하다.
김난도 교수는 이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530명의 독자 모니터에게 가제본 원고를 보내어 원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제목에 대한 반응에서부터 어떤 글에 가장 많이 공감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공감하기 어려웠는지에 대한 솔직하고 꼼꼼한 답변들에 귀를 기울여 원고를 덜어내거나 보완했고, 글의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김난도 교수는 이들 독자 모니터단을 초청해 9월 2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첫 북콘서트를 갖고 새 책에 담긴 ‘어른의 흔들림’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후, ‘이제 흔들리며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그대’에게 주는 김난도의 인생 멘토링.
폭우처럼 쏟아지는 인생의 아픔과 좌절 앞에서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생길 때, 어떤 몸부림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독한 아픔 속에서 내 삶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없이 흔들리는 날에, 이 책은 당신의 마음에 건네는 따뜻한 손이 되어줄 것이다.

노병천 - 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
道者 令民與上同意也 : 도란 백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마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 시계(始計) 제1편
도[道]는 중국 철학의 화두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 시간을 두고 수많은 사상가들이 수천 가지의 이론을 내놓았다.
그중 대표적인 사상가는 노자와 공자이다.
이들은 저마다의 관점에서 도를 해석하고 세상에 설파했다.
공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손자 역시 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손자가 말한 도는 제자백가들이 주장하던 '인간의 도'나 '자연의 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시계 편에서 손자가 이야기한 도는 이런 것이다.


"도라는 것은 아래의 백성으로 하여금 윗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히 함께 죽기도 하고 가히 함께 살기도 하여 어떤 경우에도 마음이 갈라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道者 令民與上同 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民不畏危."


다스리는 군주와 통치되는 백성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 '도'라는 얘기다.
마음이 '하나'가 되면 삶과 죽음을 함께할 수 있는 법이다.
백성이 군주와 뜻을 같이한다면, 그 백성은 군주를 위해 목숨을 다해 충성할 것이다.
손자의 통찰력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손자는 춘추시대 말기 당시 제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속내를 정확히 짚어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통치를 합리화하고 백성들의 충성심을 불러일으킬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다.
손자는 거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조직에 있어서 위와 아래가 하나가 되는 도는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래서 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쟁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일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손자의 준엄한 가르침이다.
얼마 전 한 신문에 5년째 교복을 입고 수업하고 있는 교사의 이야기가 실렸다.
'학생 선생님'으로도 불리는 그는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출퇴근을 할 때에도 학생과 똑같이 교복을 입는다.
머리도 학생들처럼 스포츠형으로 짧게 깎았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하게 된 것은 초년 시절에 들은 한 학생의 질문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교복도 안 입고 머리도 기르면서, 왜 학생들한테만 교복 입고 머리도 짧게 자르라고 하나요?"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일에 대해 기습 질문을 받은 그는 당황했지만, 생각을 해보니 영 틀린 지적도 아닌 것 같아 고심 끝에 자신도 교복을 입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옷을 바꾸니 생각이 달라지고, 학생들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고 한다.
자신이 머리를 숙이고 눈높이를 낮추자 학생들도 진로나 친구 관계, 학교 폭력 등의 고민을 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마음과 사정을 이해하고 그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노력하니 아랫사람도 마음을 열고 다가온 것이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상사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직 사회에서는 윗사람의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이 교복을 입은 것처럼 상사가 아랫사람의 눈높이로 스스로 낮아져야 한다.
그렇게 하는 순간, 아무리 단단한 마음의 벽이 있었다 해도 다 무너지게 마련이다.
《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   p.134~136》



길을 지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갑자기 '이 무식한 놈!'이라고 욕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정말 공부를 제대로 못한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면 자손심이 상해서 화가 치밀어오를 것이다.
그런데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 학위를 몇 개나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무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 자주 화를 내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속에 열등감이나 피해 의식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조금만 건드려도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 속에 자존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중요한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하다면 비겁하거나 바보 같은 모습도 기꺼이 자처할 수 있다.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强 : 혼란함은 다스려짐에서 나오고, 겁은 용맹에서 나오고, 약함은 강함에서 나온다.
- 병세(兵勢) 제5편
난생어치亂生於治의 의미를 풀면 사실 이렇다.
"혼란하게 보이는 것은 실제로는 엄격하게 다스려지는 통제와 전략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때의 혼란은 적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의도적으로 혼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적을 오판하도록 하여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잘 다스려지고 있지 않으면 혼란스러운 것처럼 위장할 수도 없는 법이다.
겁생어용怯生於勇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겁쟁이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적을 방심하게 만들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용감함이 없으면 겁쟁이처럼 보일 수도 없다.
진짜 겁쟁이라면 자신이 겁쟁이인 것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두려움을 감추려 애쓰기 때문이다.
약생어강弱生於强 역시 같은 뜻이다.
실제로 약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강한 사람만이 약해 보일 수 있다.
"아빠, 팔씨름해요."
어린 아들 녀석이 달려든다.
이럴 때 아빠는 어떻게 할까?
손을 마주 잡고는 용을 쓰듯 인상을 쓴다.
그리고는 이길 듯 이길 듯하다가 슬며시 져준다.
아들은 신이 나서 펄쩍 펄쩍 뛴다.
그런데 정말 아빠가 힘이 없어서 진 걸까?
당연히 아니다.
아빠는 일부러 져준 것이다.
이처럼 힘이 있을 때는 져줄 수 있다.
힘이 없으면 져주고 싶어도 져줄 수가 없다.
다른 경우를 한 번 보자.
나이 많은 아버지와 막 해병대에서 제대한 아들이 팔씨름을 한다.
이때에도 아버지가 이길까?
아니 져줄 수 있을까?
이런 경우에는 효심 깊은 아들이 져준다.
"와, 아버지! 아직도 힘이 좋으시네요!"
바로 이런 것이다.
힘 있는 사람이 져줄 수 있다.
용감한 사람이 겁쟁이처럼 보일 때도 있다.
전설적인 싸움꾼 시라소니는 평소 아주 어리숙하게 보였다 한다.
번쩍이는 안광도 없었고, 머리칼도 더부룩하게 이마를 덮고 있었으며, 걸을 때도 비틀거렸다고 한다.
그러다가도 정작 싸워야 할 때를 만나면 번개같이 날아서 상대를 순식간에 눕히고야 말았다.
속이 비면 겉이 화려한 법이다.
그렇지 치장해서라도 속이 빈 것을 감추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에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 말이 많고 큰소리 뻥뻥치는 사람, 대체로 이런 사람은 하수다.
고수는 대개 조용하고 색깔이 없는 법이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세상에 그런 고수들이 의외로 많다.
잘못 걸리면 한 방에 갈 수도 있으니, 절대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서른에서 마흔 사이 인생병법   p.20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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