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잘 나가는 사진관이 있다. 사진관이 잘 나가봐야 동네 사진관일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30초면 그달 치 예약이 완료된다.

더구나 이곳은 모델사진이나 기념사진도 아닌 신분증이나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미국, 홍콩, 제주도에서도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이곳은 20대 김시현 대표가 운영하는 '시현하다' 사진관이다.

그녀는 증명사진은 단순히 신분증을 위한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의 모습을 기록하는 초상사진이라고 정의한다.

증명사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말 '증명'하는 사진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러 올 때는 화장도 평소대로 하고, 자신에게 맞는 배경색도 골라오라고 한다.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은지, 형용사도 3개 골라오라고 한다. 자연스런 개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도 많이 하고, 찍히는 사람의 개성에 맞춰 조명도 바꾼다.

그래서 하루 10명의 사진만 찍는다. 

획일적으로 보정한 모습보다 정말 당신 같은 사진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평소 앞머리를 내리는 사람에게 눈썹 노출 규정에 맞춰 이마를 훤히 드러내라고 요구하지 않고, 최소한 눈썹만 드러내는 방법을 고객과 함께 찾아주기도 한다.

'다 사람이고 다 예쁘다'라는 것이 사진에 대한 그녀의 철학이다.

특목고를 준비하던 중학생 시절, 그녀는 좋은 대학과 대기업 취업만이 행복한 삶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대안학교로 진학을 결정하고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사람 만나는 게 좋아 무턱대고 카페를 차리겠다고 부모님께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2학년 때 진로수업을 통해 사진관이라는 소박한 꿈을 찾게 된다.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포토샵을 독학으로 공부하였고, 친구들의 사진을 보정해 주는 것을 즐겼다.

일곱 번의 전학을 다니면서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것을 즐겼고, 셀카 잘 찍는 법도 익혀서 직접 가르쳐 주었다.

친구들은 그녀가 찍어준 사진을 자신들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진로는 자연스럽게 사진이라는 업으로 귀결됐다.

많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대기업과 경쟁을 피해 동네 장사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진관 언니를 인생 목표로 삼았다. 

대학도 가지 않을 생각으로 부모님께 건의했다가,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거겠지"라는 말에 욱해서 사진학과에 진학했다.

교수님 추천으로 한국의 손꼽히는 스튜디오에서 일해 봤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그녀는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돼서도 일할 수 있는 사진관이 더 좋았다. 

그녀는 일찍부터 인생 키워드를 찾고, 자신에게 맞는 소빅한 꿈을 그려왔다.

그리고 그 소박한 꿈은 기대 이상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작품은 그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었고, '시현하다'의 팬들은 곧 가장 강력한 마케터가 돼주었다. 

'시현하다'에는 자신의 배경색을 레드 또는 블랙이라고 밝히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이 녹아있다.

그래서 보름간의 여행을 떠나고 일주일에 4일만 영업하면서 삶의 여유와 행복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제안을 가족사진으로 조심스럽게 확장하려 하고 있다.

아직은 어르신들의 얼굴 주름을 자연스럽게 잡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예쁜 사진 하나도 없는 엄마에게 인생사진을 남겨주고 싶다'는 딸들의 바람에 용기를 내본다.

 

pp.270~275.

 

 

책방에서의 언어는 '책'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관련 책이 있다면 그곳에서부터 또 이야기가 시작되겠지만, 시골책방에는 없습니다.

시골책방에는 책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책을 조금밖에 갖다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내가 읽고 싶은, 관심 있는 책만 갖다 놓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그대로 서점이 색깔이

됩니다.

재테크에 열심을 부릴 것 같았으면 시골에 책방을 차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시골책방에서의 언어는 '자연'에서 비롯됩니다.

시골 마을 끄트머리에 있고, 소나무숲이 있고, 개울이 있고, 멀리 산이 보입니다.

더 많이 \하늘이 보입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자주 부는지 모릅니다.

대화는 그런 단어들로 시작됩니다.

이 소설을 읽고 잠을 못 잤다, 책을 읽다 눈물이 났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구 생각이 났다,

이렇게 두꺼운데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은 혼자 읽기 아깝다 등등. 그러다 바람이 너무 좋다. 배추가 잘 자란다.

물소리가 좋다, 구름이 아름답다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누군가와 비교하고, 시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보다 더 좋은 차를 탄다고 해서 부러울 것도 없고, 아파트 값이 올랐다 덜 올랐다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명품 브랜드 상품을, 고급 레스토랑 메뉴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른 채 살아가는 자신의 맨 모습을 그대로 만나는 곳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책방에 와서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이 『시골책방입니다』를 읽고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골책방입니다』에 나오는 이야기는 나의 현실과 너무 다르다.

솔직히 돈 버는 것에 독이 올라 살아간다. 내 주변 사람들 모두 그렇다.

책 속 이야기가 픽션 같다. 물론 있는 이야기를 썼겠지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바쁜 중에도 월요일 이 시간에 오고, 심지어 책을 읽지 않은 날도 그냥 오는 이유는 이곳이 내게 현실도피처이기 때문이다."

시골책방에서의 대화는 누군가가 보기에 '픽션' 같은 것입니다.

현실에서 부대끼면서 사는 세상이 아닌, 잠시 낯선 세상이 이 시골책방에서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곳에서 좋다, 좋다 말하면서 사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시골을 선택하고, 책을 선택하고, 커피를 선택하고, 음악을 선택하고, 나무를 선택하고 하는 것들. 즉 제가 좋은 것을 선택하니 좋을 밖에요.

그들이 떠난 후에야 저는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비로소 세상이 편안해졌습니다.

책방에서의 언어, 책방에서의 대화가 저를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손님은 종일 그들이 전부였습니다.

 

pp.231~233.

 

 

"정말 좋은 사진가에게는 일반적으로 2~3초에서 30초 정도의 노출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 시간을 가만히 견디지 못하는 대상은 거의 없거나 아주 드물다.

그런 대상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같은 해인 1878년에 『포토그래픽 타임스』Photographic Times는 이렇게 지적했다.

"평범한 풍경사진이라면 (…) 5분에서 10분 사이의 노출로 충분히 작업할 수 있고, 조작도 그리 어렵지 않다."

에드워드 머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1초에 38번 걸음을 옮기는 옥시덴트를 찍기 위해서는 100분의 1초 단위의 노출이 필요했다.

노출이 너무 느리면 이미지가 흐릿해지고, 너무 빠르면 노출 부족이 된다.

그는 노출 부족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배경을 최대한 밝게 만들기 위해 "축사 주변의 모든 바닥과 벽면"에 시트를 두르고, 그런 막막한 공간에서 달릴 수 있도록 옥시덴트를 훈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촬영 첫날에는 어떤 결과도 낼 수 없었다. 이틀째, 개선된 셔터를 "열고 닫을 때 속도를

높이자 그림자가 잡혔다.

사흘째에 작가는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두 장의 판지가 서로 교차하며 스프링을 건드리게 함으로써 말아 지나가는 사이에 8분의 1인치의 틈이 500분의 1초 동안 열리게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옥시덴트가 달리고 있는 전신을 보여주는 음화를 얻을 수 있었다."

얼어붙은 것처럼 고정된 동작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기적적인 성과였다.

아무도 그 정도 근거리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이 흐릿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이브리지의 자신은 500분의 1초보다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포착된, 그것도 노출이 부족한 그림자 이미지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에게 필요했던 장면은 보여주었다.

옥시텐트의 네발이 모두 지면에서 떨어져 잇었던 것이다.

머이브리지는 계속 말했다 - 이어진 몇년 동안 신문 기사는 거의 그의 보도자료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 -

"이는 사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이 될 것이다.

주지사가 결과물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만큼 작가도 자신의 발견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머이브리지가 다른 자리에서 "그림자뿐이고 또렷하지 않다"라고 했던 그 사진에,  스탠퍼드와 나머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모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자신이 조작되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그후로 문제의 사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스탠퍼드에게 그 계획은 언제나 말의 동작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머이브리지에게 그것은 셔터의 작동과 필름의 속도에 관한 것이기도 했다.

그는 사진을 동작의 비밀을 드러내는 과학적 도구로 변모시키기 시작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사진은 사람의 눈보다도 훨씬 느린 매체였고, 이는 최초의 사진이 보여준 파리의 텅 빈 대로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진은 커다란 경계를 넘어, 마치 이전에 망원경과 현미경이 그랬듯이, 가려져 있던 세계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망원경과 현미경이 보여준 세계가 거리와 공간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면, 사진의 세계는 시간에 의해 가려져 있었다.

그것은 일상에서 늘 보아왔던, 하지만 신비했던 동작의 세계였다. 철도를 통해 인간은 자연보다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신을 통해 의사소통을 더 빨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통해 인간은 더 빨리 보고, 시간에 가려져 있던 것들을 보고, 그런 다음 그 순간들을 다시 시간 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은 가장 기본적인 동작들도 어떤 막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았는데, 머이브리지의 사진이 그 막을 영원히 찢어버렸다.

다른 사람들도 순간 사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들의 작업 역시 1872년과 1873년 사이에 머이브리지가 했던 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변칙적인 일화들은 카메라 기술에 대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8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의 획기적인 발견은 확고한 성취를 이루어내고,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pp.126~128.

 

 

본성은 대체로 숨어 있고 가끔 극복되나 좀처럼 소멸하지 않는다.

억지를 부릴 수 있으나 억지의 힘이 물러나면 본성은 더욱 강렬해진다.

가르치고 타일러서 본성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는 있다.

그러나 본성을 바꾸고 정복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습관뿐이다.

자신의 본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람은 과제를 너무 크거나 너무 작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

과제가 너무 벅차면 빈번한 실패로 낙담할 것이요, 너무 수월하면 자주 성공하겠지만 진전을 뵈는 못한다.

그리고 부대(浮袋) 따위를 가지고 수영을 배우는 사람처럼 처음에는 도움을 받아서 실행함이 좋다. 연습이 실제보다 힘들어야 큰 성과를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본성이 강력해서 극복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처음엔 본성을 잡아두어 시간적으로 정지하게 한다.

마치 화난 사람이 입을 열기 전에 알파벳 스물네 글자를 반복해서 외는 것과 같다.

그런 다음 양을 줄여가는 것이다.

마치 술을 끊는 사람이 건강을 해쳐가며 마시던 술을 식사 때의 한 모금 정도로 줄이고, 결국은 완전히 끝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일 한꺼번에 사슬을 풀 의지와 각오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대는 자유를 원하는가?

  그대의 가슴을 졸라매는 사슬을 한 차례 강렬한 안간힘으로 끊어라.

그러면 안식이 오리라.

굽은 지팡이를 반대편으로 구부려서 바로잡듯 본성을 반듯하게 할 수 있다는 옛말도 옳다.

물론 반대편 끝이 옳지 못한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익힐 때 억지로 끊임없이 계속하지 말고 조금씩 짬을 두는 것이 좋다.

그 휴지(休止)가 새로운 출발에 힘을 준다.

또 완전치 못한 상태로 강행군을 계속한다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행하게 되어 이 두 가지가 한 가지 습관으로 몸에 밸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이 바로 알맞게 짬을 두는 것이다.

본성을 극복했다고 지나치게 안심해서는 안 된다.

본성은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도 기회가 생기고 유혹을 받으면 되살아나는 법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처녀, 즉 여자로 둔갑한 고양이가 식탁 모퉁이에 얌전히 앉아 있다가 생쥐가 발밑에 나타나자 본성을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유혹을 아예 피하든가, 아니면 그런 유혹에 자주 접하여 기회가 주어져도 쉽사리 동요되지 않도록 할 일이다.

사람의 본성은 사석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꾸밈이 없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격앙된 감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조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낯선 문제, 낯선 사태에 임하여서도 잘 나타난다. 습관이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성에 맞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일에 몸이 익은 다음 "나의 영혼은 잘못된 자리에 오래 머물렀도다"

하고 탄식할 것이다. 학문에서도 마음에 내키지 않는 공부는 시간을 정해두고 함이 좋다.

그러나 자기 본성에 알맞는, 하고 싶은 공부라면 시간을 정해놓지 않아도 된다.

생각이 저절로 그곳에 집중될 것이므로 다른 일이나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해도 충분할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약초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그러므로 약초라면 충분히 물을 줄 일이요,

잡초라면 뽑아버릴 것이다.

 

pp.167~169.

 

 

 늘도

 순간

 태웠으니

 내 먼저 가보겠습니다.

 

롯데칠성의 칸타타 광고 내용이다.

이병헌이 "오늘도 매 순간 불태웠으니……"하며 회식을 제의하려고 할 때 박정민이 "막내 먼저

가보겠습니다"하고 떠난다.

회사원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검도복을 입고 있다. 90년생이 워라밸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슷하게 삼성생명의 광고에서는 "저녁에 뭐 시켜줄까?" 하는 상사의 질문에 "퇴근시켜 주세요"라고 답한다.

시대가 변했으니 보험도 변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회사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것이 전체적인 트렌드다.

회사에서 보여지는 모습으로 90년생을 판단하면 안 된다.

인싸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 "나 회사에서는 안 이래"이다.

평소에는 관심받기 좋아하는 '관종'이라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어디를 가든 중심에 있다.

클럽 같은 활동적인 곳을 좋아하고 노는 자리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술자리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이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다르다.

되도록 나서지 않고 조용히 시키는 일만 한다.

비슷한 나이대 일부와 친해졌지만 진짜 모습까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친구 중 한 명은 회사에서 말을 거의 안 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보통 사람들처럼 말한다.

굳이 따지만 말이 많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최소한으로만 말한다.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한 적도 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굳이 불편한 사람이랑 말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회사 동료들은 그를 소극적인 성격으로 알고 있다.

회사에서의 이미지만 보면 퇴근하고도 별 일 안 할 것 같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단해서는 안 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4%가 회사 내에서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한다.

이유로는 '업무만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49%)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나의 여가를 지키기 위해서'(48.4%), '관계나 소속감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서'(41.9%),

'인간관계에 지쳐서'(34.5%) 등이었다.

실천하는 행동으로는 '업무가 끝나면 바로 퇴근하고 개인 시간 갖기'(77.9%)가 1위였다.

이런 아싸 행동에 대다수가 만족하고 있었다.

90.3%는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외국인들은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한국 문화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외국인이 질문에 노코멘트를 하거나 불쾌함을 표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한국도 개인주의 사회로 넘어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침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었다.

개인의 연애사를 물어보고 계속 바뀌는 취미를 캐물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가족관계와 거주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식상한 패턴을 깨야 한다.

90년생은 계약관계인 회사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퇴근 후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더라도 참는 것이 좋다.

알려주기 싫은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기 난감하다.

회사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선을 명확하게 지켜주는 것이 90년생을 배려하는 방법이다.

 

pp.191~194.

 

 

 

인디언들은 다가오는 시대에 지구의 환경을 건강함과 조화로 되돌리고 불평등과 억압을 사라지게 할 무지개 전사들이 등장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무지개 전사들은 인디언들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다양한 피부색을 한 모든 인종들 사이에서 탄생할 것이다. 인류의 희망은 바로 그들에게 있다.

이누이트 족 환경 운동가 윌리엄 윌로야가 그 무지개 전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인디안 부족들은 잠들어 있었다.

얼굴 흰 사람들에 의해 육체적으로 정복된 채, 그 긴 세월 내내 그들은 얼굴 흰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더 우월하다고 믿도록 배웠다.

그리고 설령 낮은 계급일지라도 얼굴 흰 사람들의 문명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그들을 잠에서 깨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인디언들 자신이 잠자는 거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만이  가능하다.

우리들 각자 안에 위대한 영적인 힘이 잠자고 있음을 깨달을 때만이.

무지개 전사들은 위대한 옛 인디언들처럼 사랑과 이해와 인간애를 가르칠 것이다.

그들은 자기만이 진리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귀를 이울이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시는 분은 너무 커서 사소한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며, 너무나 공정해서 자기들만 선택된 종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너무도 자유로워서 어떤 생각에도

갇히지 않음을 그들은 알 것이다.

무지개 전사들은 모든 인간 사이의 조화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다.

바람이 어느 한 곳을 편애하지 않고 세상 모든 구석으로 불어가듯이.

영광스럽던 옛 인디언들처럼 그들의 기쁨, 웃음, 사랑, 이해로써 그들은 만나는 모든 사람을 변화시킬 것이다.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금식과 기도로 영혼의 순수함을 간직하던 빛나는 옛 인디언들처럼 그들은 육체의 힘과 사랑의 불꽃, 가슴의 순결함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새로운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이다.

앞으로 올 영적인 문명은 그 숨결마다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강물을 깨끗하게 되돌리며, 황무지와 빈민가가 있는 자리에 숲과 공원을 세울 것이다.

언덕에 꽃들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는 것은 얼마나 영광된 싸움인가!

동물과 식물들이 가진 힘을 알고, 사랑하고 이해한 옛 인디언들처럼, 또한 옷과 식량 등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결코 죽이거나 취하지 않았던 그들처럼 새로운 인디언 전사들은 무지한 파괴지들에게

이해의 빛을 밝혀 줄 것이다.

살생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려 이 대지 위에 다시금 동물이 번성하고, 나무들의 뿌리가 소중히 흙을 움켜쥘 수 있게 할 것이다.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가난하고 병들고 허역한 사람들을 보살펴 준 친절한 옛 인디언들처럼 무지개 전사들은 모두가 일을 나눠 갖고 또 즐거움 속에서 위대한 정령을 찬양하며 일하는 새로운 세상을 세울 것이다.

누구도 동료 인간들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굶어 죽거나 상처 입게 하지 않을 것이다.

기쁨에 넘치던 옛 인디언들처럼 새로운 인디언들은 그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종족에게도 옛 인디언 마을을 행복한 시절로 만들어 주었던 친절함과 다정함, 선한 마음을 전파할 것이다.

그들은 함께 춤추었고, 사랑이 넘치는 조화로움 속에서 함께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함께 기도하고, 기쁨 속에서 함께 노래했다.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세상 속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pp.871~873.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놓는 법 (쑤쑤 지음 / 도서출판 다연)

책소개
심란한 인생살이, 치유심리학으로 힐링하라! 
비록 사는 환경이 다르고, 나이와 성별과 상황도 다르지만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증상’은 완전히 같다.
바로 성공 지향의 삶으로 인한 불안과 초조로 마음이 혼란스럽다는 것!
분명, 불안과 초조는 현대인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이것들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의 인생을 고통스럽고 허무하게 심지어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을 때, 무엇 하나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금세 포기할 때, 무슨 일을 하든 마음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자꾸 남의 떡이 크게 보일 때,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작은 손실에도 쉽게 화가 날 때, 외로움과 유혹에 지나치게 약하며 고통을 조금도 견딜 수 없을 때, 이럴 때 우리는 불안과 초조의 덫에 걸려 있음을 확인한다.
과연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실패, 좌절, 절망, 권태, 사랑에 대한 실망이 덮쳐올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생에 대한 통찰법, 즉 인생을 바르게 보고 때론 놓아주고 내려놓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 책은 이에 관한 문제들을 치유심리학으로 풀어 쓴 힐링 천방전이다.
곳곳에 불행의 위험이 도사린 세상, 지금이 바로 치유심리학이 필요한 때다!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영위할 것인가?
비움으로 채우는 궁극의 행복 기술서
 
이 책은 치유심리학을 근거로 총 7파트에 걸쳐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내려놓는 법, 놓아주는 법을 가르쳐준다.특히 파트별로 치유, 습관, 해답의 하위 챕터를 두어 불행을 극복하고 행복을 끌어오는 법을 실제 사례를 토대로 생생하게 제시해준다.
이를 통해 직장생활에 지치고, 사랑에 상처받고, 사는 것이 힘들게만 느껴지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로 새롭게 살아갈 힘을 북돋워준다.
지금 상처로 인한 불행감에 빠져 있는가?
그렇다면 치유심리학을 도구 삼아 궁극의 행복을 도모해보자.
우선 당장 책상 서랍을 달콤한 간식으로 채워보자.
이어폰을 끼고 홀로 공원길을 걸어보자.
가슴이 후련해질 때까지 눈물을 흘려보자.
거울 속 가장 진실한 나 자신과 대면해보자.
슬픔과 아픔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아보자.
모두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행복한 바보처럼 살아보자.
그렇게 이 책을 끌어안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해보자!
 
저자 소개
지은이 쑤쑤[素素]
베스트셀러 작가, 마음의 멘토.
높은 연봉의 직장을 그만두고 베이징 시샨[西山]에서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며 마음의 성장과 심리 치유, 힐링에 관한 글을 전문적으로 쓰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부드럽게 톡톡 튀는 문체로 다양한 연령, 다양한 국가의 독자를 매료시킨 그녀의 작품이 드디어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대표 저서로는『마음이 피곤하지 않게 사는 법(心不累的生活)』, 『인생,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어(人生何必太較真)』등이 있다. 
 
옮긴이 최인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주)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생각 내려놓기』, 『내 남자 입문서』, 『99% 성공한 1%의 사람들』, 『품상인』, 『THIS IS IT(디스 이즈 잇)영원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역사가 기억하는 세계 100대 사상』, 『마음의 암호에는 단서가 있다』, 『노자처럼 이끌고 공자처럼 행하라』등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나를 위해 살고, 나를 위해 웃고, 나를 위해 노래하라.
나 자신의 능력을 믿고 스스로에게 신뢰를 보내라.
나 자신의 찬란한 내일을 믿어라.
행복의 열쇠는 내 손안에, 내 마음속에, 내 영혼 깊은 곳에 있다.
나 자신을 이해하고 진실하게 살아간다면 진정으로 바라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_37쪽 
 
자기 생명의 가치를 적절히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붉은부리새는 한때의 치기로 자신을 과시하려다 생명력을 낭비하는 우를 범했다.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붉은부리새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하며 자기 생명력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_84쪽 
 
자유는 세속적인 가치에 관심이 없는 순수한 아가씨다.
그녀를 신부로 맞이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녀는 절대 돈과 명예 같은 화려한 예물에 흔들리지 않는다.
만약 그녀가 예물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오직 하나, 바로 ‘내려놓음’뿐이다. _151쪽
 
삶의 소소한 모든 부분에 관심을 갖는 법을 배우자.
아름다움은 모든 곳에 있으며, 따뜻한 정은 어디에나 흐른다.
하지만 대개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보고 마음을 쏟아야만 비로소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거듭 말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_268쪽 
 
때로는 나 자신의 반대편에 서서 세상을 오래 산 현명한 노인처럼 스스로에게 위의 질문들을 던져보라.
아마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상처가 조금씩 옅어지고 다시금 삶을 살아갈 기운이 생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귀 기울이기-돌아보기-나의 동기 점검하기-고민을 모래사장 위에 쓰기’는 그 자체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_309쪽
 
 
목차
prologue 마음이 평안한 길을 따르라
 
part 1 치유의 첫 번째 걸음
드러내기 - 가장 진실한 나 자신과 만나라
 
chapter 1 치유
1. 마음의 이끌림과 직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2. 진정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하여 
3. 어린 시절에서 답을 구하라 
4. 나의 마음이 길을 잃지 않도록
chapter 2 습관
1. 흐리멍덩함과 맹종, 진짜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다 
2. 자기기만, 스스로에 대한 불충 
3. 서두름과 바쁨, 영혼을 놓치다 
4. 얽매임과 무력감, 멍석 깔아주면 실수하는 이유 
chapter 3 해답
1. 내 마음의‘귀척’을 허하라 
2. 비밀 털어놓기 
3. ‘나 자신의 일’만 걱정하라 
4. 시행착오법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라 
5. 나만의 좌우명을 정하라 
6. 하루에 한 번, 마음의 매무새를 가다듬어라 
 
part 2 치유의 두 번째 걸음
느리게 살기 - 행복이 자연스레 번지게 하라
 
chapter 1 치유
1. 인생은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 
2. 몸은 마음의 유리창이다
3. 내일 일은 내일에, 오늘 일은 오늘에 
chapter 2 습관
1. 멈출 수 없음, 멈출 줄 아는 사람이 빨리 달릴 줄도 안다
2. 탐욕과 오만함과 부박함,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원흉 
3. 목적성과 복잡성, 마음이 복잡하면 발걸음도 무겁다 
chapter 3 해답
1.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라 
2. 독서, 상상 여행, 추억 찾기 등 즐기며 휴식하라
3. 때로는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멀리하라 
 
part 3 치유의 세 번째 걸음
놓아주기 - 마음의 지혜가 스스로 자라게 하라
 
chapter 1 치유
1. 세상살이에 필요한 여섯 가지 
2. 좌절은 인생을 아름답게 조각한다
3. 외로움과 유혹을 이겨내고 행복을 차지하라 
4. 자유를 얻기 위한 내려놓음 
chapter 2 습관
1. 체면치레와 비교하기
2. 지나치게 생각이 많음 
3. 나 자신을 묶는 족쇄, 미워하고 쉽게 잊지 못하는 마음
4. 모난 돌이 정 맞는 이유 
chapter 3 해답
1. 정기적으로 마음의 먼지를 청소하라 
2. 공상하는 습관을 기르고‘마음의 집’을 마련하라 
3. 마음이 원하는 일을 지금 바로 하라 
 
part 4 치유의 네 번째 걸음
스트레스 줄이기 – 마음이 편안하게 숨 쉴 여지를 마련하라
 
chapter 1 치유
1. 인생을 훌륭하게 만드는 평상심 
2.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3. 삶은 전쟁이 아니다 
4. 욕망과 목적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 
chapter 2 습관
1. 만족할 줄 모름 
2. 감사할 줄 모름 
3. 도를 넘은 승부욕 
4. 지나친 염려 
chapter 3 해답
1.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운동법과 색채치료 
2. 매주 도피 여행을 떠나라 
 
part 5 치유의 다섯 번째 걸음
마음의 온도 올리기 - 마음이 항상 꽃을 피우게 하라
 
chapter 1 치유
1. 누구나 보살핌이 필요하다 
2. 상처받더라도 사랑하라 
3. 변하지 않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조금씩 변화하라
4. 시간은 보이지 않는 보물이다 
chapter 2 습관
1. 신뢰하지 못하고 진실하지 않음 
2. 포용하지 못함 
3. 실망할 것을 두려워함 
4. 이해하지 못함 
chapter 3 해답
1. 주변의 이웃과 교류하며 삶의 기반을 다져라 
2. 싸워서 이기려고 하지 말라 
3.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 
4. 경험이 재산이다 
 
part 6 치유의 여섯 번째 걸음
마음의 상처 치유하기 - 정신적 피난처를 찾아라
 
chapter 1 치유
1. 아름다운 무지개는 폭풍우 뒤에 온다 
2. 아픔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열매다 
3. 미움보다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 
4.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chapter 2 습관
1. 유혹에 약함 
2. 부정적 생각에 얽매임 
3.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둠 
chapter 3 해답
1. 한 걸음씩 걷고 조금씩 버려라 
2.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공식 
3. 마음을 감싸주는 음악으로 치유하라 
 
part 7 치유의 일곱 번째 걸음
자기최면하기 -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키우는 법을 배우라
 
chapter 1 치유
1. 수면을 관리하라 
2. 수면의 질을 관리하라 
3. 자기최면술을 이용하라 
chapter 2 습관
1. 지나치게 예민하고 걱정이 많음 
2. 불면공포증
3. 수면에 대한 오해 
chapter 3 해답
1.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정서를 갖는다 
2. 자기 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라

 

어린아이들에게 '나이답게 행동하라'고 꾸짖을 때는 근면성과 엄숙함, 책임지는 자세에 대한 기대가 동반된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나이답게 행동하라는 명제는 좀 더 부담스러운 의미를 함축한다.

역설적이게도 노인들은 종종 주체성의 정도, 책임감, 자기 인생에 대한 통제력을 포기한 채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라는 기대를 받는다.

특정 나이를 넘어선 어른이 '노인처럼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는 극단적으로 말해 인간의 행위가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연대기표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며 억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고기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물고기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의인화된 물고기와 노인 사이의 차이는 주로 노인과 노인 이외의 사람들이 개인과 개인이

처한 환경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을 물고기의 열등함ㅇ로 여기는 것은 분명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자전거의 유용성은 물고기가 사용할 수 있는지의 능력 여부로 판단되어서는 안 되며, 물고기의 유용성 또한 두 팔과 두 다리, 잘 발달된 엉덩이를 지닌 인간에게 맞춰 설계된 기구의 사용 가능성

여부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

노인의 능력을 평가할 때 우리는 종종 이 같은 유용성의 서열을 까먹는다.

예를 들어 나이 든 사람이 차에서 내리기 어려워하면 우리는 다리 근육의 약화와 균형 감각 상실 때문에 그렇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옆으로 몸을 움직이는 대신 승객이 정면으로 내릴 수 있도록 회전하지 않는 자동차 좌석에 결함이 있다고 여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자동차의 결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5세 남자가 세발자전거를 타기 어려워하는 까닭이 기다란 팔다리와 부족한 유연성 탓이라고 결론 내리는 게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생각해보라.

세발자전거가 25세 남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듯, 자동차 좌석도 75세 노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5세 노인이 자동차에서 내릴 때 어려워한다고 그 사람에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면, 25세 젊은이가 세발자전거 경주에서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노인의 정신적인 능력을 평가할 때 그들의 욕망과 의도, 관심이 젊은이들과 동등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흔하다.

물고기 이야기로 되돌아가면, 물고기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분명하다.

반면 노인의 행동 설명(또는 이해)에 그러한 유추가 적용되는 일은 드물다.

만화 캐릭터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도입부 몇 마디만 듣고 인기 순위 40위 안에 드는 최신곡을 알아차리지 못해도, 아이들은 부모가 얼굴 인식 능력이나 음악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결론짓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부모가 <포켓몬스터>나 아이돌에 관심이 없다고 올바르게 결론짓는다.

노인들은 기억력 검사 수행 능력을 포함해 젊은이들의 관심사에 단순히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더 건망증이 심한 것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어떤 개인에게 전혀 관심 없는 정보가 주어진다면, 그런 정보는 기억 저장고에 담기지 못할 것이다.시간이 지나 그 정보 관련 질문에 그 사람이 대답하지 못한다면, 그 정보는 잊혀진 것일까?

나중에 잊힐 수 있으려면 학습부터 되어야 한다.

어쩌면 노인은 우리의 추측만큼 건망증이 심하지 않다.

부분적으로 그런 노인들이 있다면, 단순히 기억 저장에 좀 더 선별적인 것일 수도 있다.

 

pp.27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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